[세상속으로]총선 결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총선 결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04-15 17:12
  • 신문게재 2024-04-16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4월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는 민주화 이후 최소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2008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미국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제목만 보면 노인복지나 이런 쪽의 영화인가 싶지만 청불의 갱스터 영화이다. 왜 제목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했을까 싶을 정도다. 다만 제목을 사회학적으로 좀 더 들여다보면 '(지혜로운)노인이라도 예측가능한 쉬운 나라는 없다' 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세상은 혼돈스럽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혼돈의 화신과 같은 살인마(안톤 쉬거)가 등장한다. 이 재앙적 인물을 통해 혼돈이 지배하는 현실세계에서 완전한 안전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사건을 담당한 늙은 보안관의 시선으로 전한다.

대체로 이번 총선에서 노인세대는 보수정당의 후보를 택했다. 국정안정이 우선이고, 노인세대가 볼 때 예측불허하고 못마땅한 진보정당의 국회권력 장악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볼 때 이제 국회는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국정안정보다는 정권심판론이 강했다. 보수성향의 노인세대가 바란 바는 아니지만 자초한 면도 있다. 자신들이 뽑은 윤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로 국정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민과는 불통하고 야당 대표에게는 사법리스크를 가하며 때려잡기에 급급했으니 어떻게 보면 '혼돈의 화신'을 자처한 셈이다. 일부 정치평론가의 입에서 벌써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어떻게 할지 그림을 그리는 모양이다.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추미애 의원과 조국개혁당의 조국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악연들이 한 자리에 있는 자리에서 협치의 손길을 내밀지, 아니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실제로는 보수지지층)는 메시지를 낼지 궁금해 하는 눈치이다.

우리가 '혼돈'이라고 하면 보통 어지럽고 예측불가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우주적인 의미에서는 '카오스'라는 말을 쓴다. 우주적 질서가 생기기 전의 혼돈 상태이다. 질서를 잉태하기 위한 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노인들이 예측 가능한 쉬운 나라가 아닌 것은 맞지만 '혼돈의 도가니'에서 질서가 탄생한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3년이다. 당선 초기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분명 자신의 기조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탄핵의 목소리도 거세질 것이다. 남은 임기동안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협치의 아이콘이 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시절에는 검찰총장으로 활약했고, 부인의 사법적 리스크 때문에 그의 진면모가 묻힌 면도 없지 않다. 건전재정을 유지하겠다거나 의대증원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면 뚝심도 있어 보인다. 대통령이 무뚝뚝하고 얼굴이 굳어있다고 하지만 아이돌처럼 대중적 인기를 위해 늘 생글생글 웃으며 연출된 모습을 보일 일도 아니다.

다만, 노인의 얼굴을 한 보수지지층 뒤에 숨어 무사안일만 추구하다 탄핵을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전철은 밟지 말았으면 한다. 이 나라는 노인이 예측가능한 쉬운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