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권 정치를 하라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인권 정치를 하라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24-04-28 09:38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4031701001195100050341
최영민 공동대표
지난주 충남학생인권조례와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 서울시는 2012년, 충남은 2020년 제정 공포하여 학생인권 의식 신장, 차별과 폭력이 없는 상호존중의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된 학생인권 자치법규를 의회가 다시 스스로 용도 폐기해버렸다.

충남학생인권조례와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읽어보면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함, 양심과 종교, 표현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생자치와 교육복지에 대한 조항이 주요 내용이고, 세계인권선언문이나 헌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폐지의 이유는 무엇일까? 폐지를 주도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교권침해가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없으면 교권침해가 사라질까. 학생인권과 교권은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는 시소가 아니다. 마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양자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허구적 이분법 같다.

인권이 시대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고 변하는 역동적 개념이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인권 개념에 차이가 있지만 인권은 인간이 그 자체로서 존엄성을 인정받고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천부적인 권리다. 인권은 폐지하고 축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처음 '학생의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점에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로부터 나왔고, 국민의 힘이 사실상 폐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이 일부 특정 종교와 정당의 부분적 인권정치로 전락한 것 같아 더 우려스럽다. 학생인권조례가"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어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됐다"는 국민의 힘 김혜영 서울시의원의 발언은 인권 이해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물론 다양한 가치나 신념으로 인권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권이 본질적이고 선천적인 권리이지 누군가 허락하거나 다수의 합의로 부여되는 선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또는 남성으로서 성별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 허락이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자체가 인권이다. 평등이 다른 사람과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면 인권도 그가 누구든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권은 성원권과 권력의 문제이며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원래 인권은 보수와 자유주의자들이 지지하고 자주 소환하는 담론이다. 강대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도 인권을 내세우고,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한국의 보수정당인데, 왜 학생인권은 예외인가? 서울 서초구 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하며, 교사들의 안전망 구축, 교권 보호 중요성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일부 특정 종교단체와 정당이 중심이 되어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 구도로 몰고 가는 현실은 교육 현장을 소모적인 정쟁과 법적 소송의 장으로 전락시킬 뿐이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7개 시·도에서 제정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는 한국의 인권운동과 진일보한 시민의 인권 의식을 담아낸 결실이었다. 2024년 4월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했고, 국민의 힘 의원이 전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찬성했다. 인권의 정치화가 아니라 진짜 인권, 학생인권이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 학부모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정치를 적극적으로 합의해 나가길 바란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나성동 '도시상징광장'서 매주 릴레이 축제
  2. [문화 톡]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함께 하는 한마음 축제에 다녀와서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고품격 모임, 유숙의 <수계도>
  4.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 참가기업 모집
  5. 대전둔산경찰서-서구청, 둔산동 클린화 캠페인 진행
  1.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 키오스크 등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2. [포토]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주민자치, 지방시대 실현의 필수 조건"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 응대 콜센터 14년 연속 우수센터 지정
  4. 한전(송주법) 서구 평촌2동 지회 장학금 지원
  5. 꽃으로 친구를 만나다

헤드라인 뉴스


바다 없는 대전서 프리다이빙을? 수중 15m 다이빙 가능한 이곳!

바다 없는 대전서 프리다이빙을? 수중 15m 다이빙 가능한 이곳!

물속에서 물고기들과 심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모습!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꿈속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산소통 같은 특별한 장비 없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활동을 프리다이빙(freediving)이라 부른다. 대전시 중구 안영동에 위치한 ‘알프스 다이빙센터’는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대전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이곳 풀장은 최대 수심15m(가로10m/세로20m)로 대전을 포함한 중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3m, 6m, 15m등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바로 입수가 가능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202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 시리즈(PMPS)' 시즌1 파이널 경기가 10일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대전드림아레나)에서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이번 경기는 앞서 3월에 개최된 시즌0에 이어 본격적인 프로시리즈가 시작되는 경기로, Beyond Strotos Gaming, Dplus 기아, 덕산 ESPORTS, Eagle Owls, emTex StormX, 젠지 Esports, IFYOUMINE GAME PT, 미래앤세종, 농심 RedForce, ROX, ANGRY, FOCUS, INFINITY, Join uS, VEGA ESPOR..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50대 음식점 사장이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중구 오류동에서 도시락과 토스트 전문점 '나두나두'(NADU NADU)를 운영하는 김은주(51)씨다. 김씨는 얼마 전 중도일보 유튜브 '곽성열의 판 깔아드립니다' 생방송 중 댓글 이벤트에 당첨된 당첨자 이름으로 손수 만든 도시락을 중구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무료로 주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았다. 김씨가 전달한 도시락은 흰쌀 밥에 국, 일곱 가지 반찬이 곁들어져 있어 든든한 '한 끼'로서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