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호흡과 향기, 그리고 건강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호흡과 향기, 그리고 건강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4-05-02 16:57
  • 신문게재 2024-05-0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502095914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계절이 바뀌면서 누군가는 날리는 꽃가루에 재채기가 심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달콤한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는 모두 호흡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데, 호흡은 그 자체로 가장 필수적인 생존 요소인 동시에 생존 이상으로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한의학에서도 호흡과 소화를 각각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후천지기를 생성하는 행위'로 보고 있으며, 최초의 한의학 서적으로 여겨지는 '황제내경'에서도 "호흡미서(호흡을 가늘게 천천히 한다)"를 권고해 호흡을 중시했다.



호흡을 통해 들이마신 공기는 크게 두 가지로 작용한다. 먼저 폐에서 흡수한 '산소'를 심혈관을 통해 세포에 공급함으로써 인체의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한다. 반면에 '향기'는 코의 후각 세포를 통해 뇌로 직접 전달돼 감정이나 인지 기능을 조절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호흡'에 대한 인식은 전자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일상에서 '향기'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향수를 통해 매력적인 감정을 유도하거나 반대로 향초를 통해 벌레들을 쫓아내는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서양에서는 에센셜 오일을 활용한 향기요법(aromatheraphy)이 전통적으로 활용돼 왔다. 또한 한의학에서도 곽향, 창출, 후박 등 향이 강한 방향성 약재에 습사(dampness)를 제거하고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고 보고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향기요법의 효과는 각성·진정, 피로 해소,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향상, 수면 유도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향기요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수면 중인 대상자들에게 향기를 노출시켜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한 경우에도 라벤더 향기가 대상자들의 수면의 질과 활력을 개선했으며 특히 각성·수면 중 뇌파에서도 차이가 나타나 주관적 수면과 객관적 수면의 질 모두 증진됐음을 보고했다(Scientific Reports, 2021년).

이러한 향기의 작용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각세포의 자극이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며 향기 자체가 유도하는 보편적 반응(약리적 반응)과 개인적 기억과 경험으로 유도되는 개인적 반응(심리적 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변연계는 인체 대사를 주관하는 시상하부와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를 포함하는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부위로 체온, 혈압, 심박과 같은 자율신경의 조절과 공포, 분노, 쾌감과 같은 본능적 정서에 관여한다.)

재미있게도 한의학에서는 향기 즉, 후각을 주관하는 장부를 심장으로 보고 있다. 냄새는 코를 통해 폐로 흡수되지만 '향'을 인지하고 판별하는 것은 심장이 주관(心主臭)한다고 보았는데, 한의학에서 심장은 신지(정신과 인지)를 총괄하는 장부다. 즉, 향기의 작용에 대한 신경과학적 해석과 한의학적 해석이 꽤 일치하는 것이다.

다만, 향기요법에는 몇 가지 까다로운 점들이 있다. 첫째, 같은 향기에도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거나 다른 반응을 할 수도 있다. 둘째, 후각 세포는 같은 냄새를 오래 맡으면 금세 적응해 반응이 무뎌진다. 셋째, 방향성 제품은 공기 중에 계속 소모돼 반복적인 보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디지털치료제 분야는 주로 정서와 인지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VR, AR 기술은 시각과 청각을 넘어 촉각이나 후각까지 재현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기술들을 향기요법의 후각 자극과 연계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소리와 향기 자극을 통한 명상 유도와 수면의 질 증진과 같이 신경 자극을 통한 인지 및 감정을 조절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소프트웨어적 조절과 온·오프가 자유로운 디지털 기기의 특성은 개인에 최적화된 자극, 후각의 적응을 고려한 온·오프, 방향성 제품의 소모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는 분야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상호 시장 예비후보' 베이스캠프 공개...본선 정조준
  2. [교단만필] 좋아하는 마음이 만드는 교실
  3.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4. [대학가 소식] 한남대 2026 창업중심대학 지원 사업 설명회
  5. 건양대 메디컬캠퍼스 ‘L보건학관’ 활짝… 미래 보건의료 교육 거점 도약
  1. 기산 정명희 칼럼집 발간
  2. "3·8민주의거는 우리에게 문학입니다… 시를 짓고 산문을 쓰죠"
  3. [사이언스칼럼] 쌀은 풍년인데, 물은 준비됐는가 - 반도체 호황이 던지는 질문
  4. 코레일, KTX 기장·열차팀장 간담회
  5. 김태흠 충남지사 "도내 기업 제품 당당히 보증"… 싱가포르서도 '1호 영업맨' 역할 톡톡

헤드라인 뉴스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대전 3·8민주의거가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운동사의 중요한 연결고리임에도 청소년들에게 잊힌 역사가 되고 있다. 3·8민주의거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3·8에 대한 실질적 인지도는 29.6%로 5·18민주화운동 86.5%, 4·19혁명 79.4%, 대구 2·28민주운동 33.7%보다 낮았고, 발상지에 대한 설문에서도 '대전' 정답률은 35.1%에 불과했다. 대전에서조차도 청년 세대의 기억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은 3·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현재적 의미 부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통합 무산때 재정 공백…충청광역연합 대안 카드 부상
통합 무산때 재정 공백…충청광역연합 대안 카드 부상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른바 플랜B로 충청광역연합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통합 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논의되던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역시 초광역 협력체계인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충청권이 이번에 통합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이재명 정부 국가균형발전 대전제인 5극 3특 전략에서 역차별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충남과 대전은 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4년간 20조'라는 인센티브 등 각종 재정 지원과 제..

대전 기름값 폭등에 전국서 순위권…이재명 대통령 재제 방안 주문
대전 기름값 폭등에 전국서 순위권…이재명 대통령 재제 방안 주문

대전을 비롯한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가격 폭등 재제방안 언급이 실제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가량 시차가 발생하는데, 중동발 전쟁 확산 이후 주유소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전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경유는 네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