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늑구와 뽀롱이, 그리고 우리 나라 지방대학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늑구와 뽀롱이, 그리고 우리 나라 지방대학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6-04-21 13:44
  • 신문게재 2026-04-22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며칠 전 대전 오월드에서 늑대 한마리가 탈출했다. 이름은 늑구, 시민들은 불안했고, 당국은 긴장했지만, 수일 후 늑구는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 분유를 먹고 자란 늑대도 야생 생활이 가능하다는 교훈도 주었다. 몇 해 전에 같은 동물원에서 푸마 뽀롱이가 탈출했을 때는 4시간 반 만에 사살되었다. 동물이 탈출했다는 사실은 같았다. 그러나 그 현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준비, 그리고 철학이 달랐고, 결과는 180도 갈렸다. 제도나 상황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핵심이었다. 이에 인터넷 누리꾼들은 갑론을박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학 사회도 늑구와 뽀롱이 현상이 반추해야 할 주제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지방 거점 국립대 3곳을 선정해 연간 1000 억원씩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첫 실행이다. 필자는 이 정책이 과거의 대학 통폐합이나 현재의 글로컬대학 사업과는 출발점이 다른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독자들은 어떠실지. 접근의 단초는 통폐합해서 효율성을 올리겠다가 아니라, 지역대학을 세계수준으로 키워 지역 균형 발전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다르니 평가의 잣대도 달라져야 될텐데, 우리 대학정책 관계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대학 정책의 변천사를 보면,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국립대 설립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이후 저출산과 재정 현실화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난립한 국립대 통폐합을 통해 효율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당시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통폐합 효율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약속했고, 이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서 평가지표에서 지역산업과의 혁신 연계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된다.

확대-통합-혁신이라는 순환 구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도 전후 산업화 수요를 위해 대학을 대거 설립했다가 1980년 마거릿 대처 수상 주도로 구조조정을 거쳤다. 현재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의 핵심으로 대학의 역할을 재정의하였다. 미국 역시 전후 GI Bill법안 실행 이후 급팽창한 대학 체계를 주(州)차원에서 주립대 조정·통폐합하고, 최근에는 대학의 역할을 지역산업의 앵커 기관(Anchor Institution)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밟아 왔다. 우리의 궤적과 닮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신라는 차치하고도 고려-조선 1000년 이상의 중앙집권을 유지해 온 나라다. 지금도 부동산·소득·의료·교육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일부 공감되는 면도 있다. 거기에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라는 뿌리 깊은 집단적 욕망은, 단순한 재정·인구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로 심화되어 있다.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이런 구조적 불안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다. 더 많은 사교육은 더 큰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지고, 이런 고착된 악순환은 쉽게 끊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더 불편한 진실은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는 위정자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 위장전입, 입시 특혜 의혹은 반복적으로 불거져 왔다. 공적 언어와 사적 행동이 충돌하는 이 장면은, 아무리 정교한 정책도 그것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철학이 개인적 이익에 머문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시사한다.

뽀롱이는 조급한 판단에 희생되었다. 위협이라고 단정한 순간, 가능성은 닫혔다. 반면 늑구는 기다림과 절제, 그리고 살려내겠다는 의지 덕에 돌아왔다. 지역균형이나 지방대학도 마찬가지다. 조바심에 자녀를 수도권으로 밀어 올리고, 단기 성과에 쫓겨 예산을 흩뿌리고, 내 자식·내 지역구·내 자산만 챙기는 선택들이 쌓일 때, 지역은 소리 없이 무너진다. 대학은 지역의 미래를 담는 그릇이다. 하지만 그 그릇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제도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 뽀롱이를 죽인 것도 늑구를 살려낸 것도 사람의 마음가짐이며 태도였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대학문제도 다르지 않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든 우리가 어떤 철학과 태도를 취하느냐가 결과를 바꾼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접수 가능해요
  2.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3. 충청권 광역의원 최대 5석 늘어난다…인구감소 서천·금산·옥천 유지
  4. 유퀴즈부터 한화이글스, 늑구빵까지! 늑구밈 패러디 폭주 '대전은 늑구월드'
  5. 송자고택 품은 소제중앙문화공원 준공
  1. 글로벌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 UST
  2.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3.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4. 대전 동부서, 길고양이 토치 학대한 70대 남성 구속영장
  5. 충남대병원, 폐암 정밀진단 첨단 의료장비 도입…조기진단으로 생존율 기대

헤드라인 뉴스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의 한 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현장의 변화 요구가 빗발친다. 삭감된 예산 회복을 넘어 연구 자율 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출연연 통폐합 발언과 관련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이 제59회 과학의 날을 맞아 실시한 과학기술계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 만점 중 3.85점이다. 보통(3..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접근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대전시는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해 긴급차량의 위치와 우선신호 정보를 내비게이션으로 제공하는 '긴급차량 접근 정보 안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20일에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긴급차량 출동 시 운전자에게 실시간 접근 정보를 제공해 양보 운전을 유도하고, 출동 시간 단축과 교통사고 예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현재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구축해 5개 소방서를 중심으로 총 9개 주요 출동 구간에 적용·운영하고 있다. 다..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2027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가 4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단이 참여 유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방위적 활동을 예고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와 연맹은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레온즈 에더(Leonz Eder) 회장, 마티아스 레문트(Matthias Remund) 사무총장 등 FISU 회장단과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