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층간소음 복수가 스토킹범죄?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층간소음 복수가 스토킹범죄?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4-05-13 15:55
  • 신문게재 2024-05-1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신기용
신기용 변호사.
층간소음의 해결책으로 스피커를 동원한 복수가 거론되기도 한다. 아래층에서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한 뒤 괴상한 음향을 큰 소리로 틀어놓아 위층에서도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관련상품을 쇼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칫 스토킹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최근 층간소음 복수에 대해 스토킹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음을 명시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빌라 아래층에 살던 피고인이 불상과 같은 도구로 여러 차례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어 이를 위층에 살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스토킹범죄처벌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므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사실 검사로 근무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에 하나가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만한 마땅한 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사를 상대로도 스토킹 행위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단순한 협박이나 폭행에 대해서도 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보다 더 공포스럽고 심각한 피해를 가하는 스토킹 행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다행히 2021년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범죄적인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판례들이 쌓여가면서 법률적인 쟁점들도 하나, 둘 정리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번 판결에서 막상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은 층간소음에 복수하기 위해 천장을 두드리는 것이 '스토킹'이냐는 것이다. 누구나 떠올리는 스토킹의 형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몰래 추적하고 쫓아다니는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위층 사람들은 사실상 처벌할 수 없는데 소음에 시달리다 못한 아래층에서 큰 소리를 낸 것은 정작 '스토킹' 범죄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대법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을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2.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 3.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일 것, 4.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법 문언상의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것을 엄격하게 판단하였고,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라는 요건에 대해서도 객관적 지위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이번 판결의 사실관계를 돌아보면 아래층의 피고인은 대화를 통한 해결의 경로를 모두 차단해 버리고 위층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을 낸 나머지 다수의 이웃들이 이사를 결정하게 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는 충분히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당장의 소음 자체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이 소음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걱정에서 비롯된다. 원만한 대화로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대화가 통화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고통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그렇다고 해서 스피커 등을 통한 보복은 더 이상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 등을 이용한 해결방안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층간소음에 대해서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이 보다 쉽고 보다 강력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해배상에 미온적인 법원의 경향이 단지 층간소음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의 사적인 보복을 고려하게 만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보충적이어야 할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이 오히려 민사적 해결책보다 우선되는 것이 아닌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여러 개선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월요논단]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번에는 대전이다
  3.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4.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5.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1.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2.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3.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4.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5. 12·3 계엄 1년 … K-민주주의 지킨 지방자치

헤드라인 뉴스


區마다 반려동물놀이터 만든 대전…이용자 10명 남짓 실효성 논란

區마다 반려동물놀이터 만든 대전…이용자 10명 남짓 실효성 논란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자치구별 한 곳씩 조성했다고 홍보해 온 반려동물놀이터가 실제 이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선 고객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예약제가 발목을 잡았고, 대부분이 야외 공간에 그쳐 날씨와 계절적 변수를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개장 이후 시설 활성화를 위한 홍보·프로그램 운영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일 취재에 따르면,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 이용자 수가 평일 평균 10명 미만, 주말 역시 10명 대에서 100명대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을 향한 마지막 지역 예선전인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논산 퀴즈왕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학생이 차지하면서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논산시와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소방서가 후원한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27일 논산 동성초 강당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인 퀴즈 대결에 앞서 참가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문제풀이에 돌입하자 침착함을 되찾고 집중력을 발휘해 퀴즈왕을 향한 치열한 접전이..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SNS에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계정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정황이 확인돼 대통령실이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TikTok), 엑스(X) 등 SNS 플랫폼에서 제21대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돼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가짜 계정들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영상을 무단 도용하고 있으며,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