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실전과 FTX 차이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실전과 FTX 차이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 승인 2024-05-22 16:52
  • 신문게재 2024-05-2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골프에서 드라이버는 쇼고, 퍼팅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적절한 비유는 될 수 없지만, 인질 사건에서 FTX는 완벽히 쇼고, 실전은 바로 승진 등 돈이 된다. 실전에서 실패하면 바로 아웃이다.

따르르릉. '3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아들을 해치겠다'는 전화가 왔다. 17년 전 늦은 봄 점심시간.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학원에 가다 불상의 남자로부터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이건 실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2년 전 실패한 작전 때문에 비난의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었다. 그때는 남의 관내였고 노년의 여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나의 관내였고 그것도 남자아이가 유괴된 것이었다. 또한, 영화 '그 놈 목소리'를 개봉한 지 석 달가량 지난 상태였다.

'참 운도 없네. 이런 사건이 왜 나에게 발생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직원들이야 검거하면 승진도 하고 기회의 장이지만, 팀장인 나는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삐끗하면 서해안 어느 한적한 곳으로 유배를 갈 판이었다.

오후 3시경. 1차 접선 장소를 알려왔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긴밀하게 움직였다. 오후 6시 무렵 다시 제2차 접선 장소를 알려왔다. 관내 톨게이트 입구 주변의 대로변이었다. 그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해 질 녘이 가장 어두운 법. 그는 그때를 맞춰 나타났다. 그는 가방을 받은 후 아이를 내려주고 차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어둠 때문에 나는 상호 교환장면을 보았어도 차량 번호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서무직원의 차량을 타고 가장 먼저 쫓았다. 엄청난 과속으로 쫓아갔다. 그러다 주택가로 급우회전하는데 우리는 우측으로 꺾지를 못했다. 차량을 놓친 것이다. 바로 무전으로 도주 방향을 전파했다. 그리고 약 5분간 머릿속이 멍했다. 5분이라는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였다.

다음 날 아침. 당시 경찰청장님이 우리서를 방문해 특진임용식을 가졌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지만 신나게 박수쳐 주었다. 나로서는 본전이었다.

지난달 말, 새로 진용을 갖춘 제2기 충남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등 7분이 충남청을 방문했다. 우리청에서는 각 기능별 소개를 했다. 우리 상황실에서는 인질극을 가장한 FTX를 시연했다.

한 아파트 입구에서 칼로 젊은 여성을 위협, 차량에 납치하고, 차량으로 이동 중 관할 형사가 도주로를 막고 검거하는 시나리오였다. 모든 과정은 상황실에서 모니터에 현출시키도록 하였다. 마지막 연습 때 인질범의 액션이 너무 작아 인질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보완 요청도 해둔 터였다.

당일 실전 같은 연습. 위원님들이 참관하는 마지막 FTX에서 인질범은 상황 연기를 영화배우보다 잘하였다. 나무에다 은박지를 칭칭 감아 횟칼로 보이게끔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질범이 차량을 끌고 대로에 나오는 순간, 우연찮게 그곳을 지나던 인접서 젊은 형사가 실제상황으로 오인하고 차량을 급정거시켰다. 인질을 구하려 열혈단신 뛰어든 것이었다. 이 때문에 추돌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며 이단옆차기 하는 장면과 같은 상황이었다. 연습은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이 났다.

이종원 자치경찰위원장님과는 연이 깊다.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충남청 경비과에서, 홍성서, 대전동부서에서 호흡을 맞췄다. 동부서장 할 때는 발바리 검거작전을 진두지휘하시기도 했다.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사회적 약자와 교통 약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들을 적극 펼쳐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치경찰위원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인지면 당율저수지서 물고기 1천여 마리 집단 폐사
  2.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3. 충남대 ‘NEXUS’ 승부수… KAIST·기업 역량 모아 '서울대 10개' 도전
  4. 2375명 중수청 특례임용 지원… 대전청 비수도권 ‘선호지’ 될까
  5. 공공기관 이전 발표 임박에 충청권 지자체 '후끈'
  1. 전직 소방간부 자녀 근평 7위→2위… 전 둔산소방서장 벌금형
  2. '휠체어' 타고 75일 유럽 여행기… 세종시서 듣는다
  3. KAIST, 물방을 맺히는 신기술로 열전달 5.5배 향상 개발
  4. 기업은 대학 안으로, 성과는 중부권으로… 충남대 IoC 구상
  5. [앵커 ON] 강의실·연구실·기업 한 팀… 한남대의 '새 실험' 지역 성장으로

헤드라인 뉴스


KAIST·기업·출연연 총결집… 충남대 ‘NEXUS’ 승부수

KAIST·기업·출연연 총결집… 충남대 ‘NEXUS’ 승부수

정부의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과제에 따른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에 충남대가 KAIST와 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량을 결집한 대학 혁신모델로 도전한다. 대학 한 곳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전에 집적된 과학기술 역량을 교육과 연구, 산업으로 연결해 중부권 대학과 기업으로 확산하고 지역 청년의 취업과 정주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충남대가 제시한 모델은 'NEXUS 과학기술대학·융합연구원'이다. 특히 KAIST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 인재양성과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는 점에..

투자보단 관망하거나 예·적금으로... 충청권 목돈 저축성·요구불 예금 쏠린다
투자보단 관망하거나 예·적금으로... 충청권 목돈 저축성·요구불 예금 쏠린다

등락 폭이 큰 주식 시장을 경험한 충청 지역민들의 목돈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각 은행이 높은 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전 시중은행 저축성예금 잔액은 48조 810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부터 6월까지 총 증가액은 5조 7861억 원이다. 6월 한 달 저축성예금은 846억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냈으나, 요구불예금은 2000억 원 이..

세종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행정수도 기관 이전 `촉매제` 되나
세종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행정수도 기관 이전 '촉매제' 되나

<속보>=성평등가족부 산하기관인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세종시 어진동에 건립된다. <중도일보 2026년 4월 10일자 1면 보도> 부지는 어진동 메리어트호텔 뒤편에 자리한 문화시설 용지 1-2 구역으로, 이르면 2029년 첫 삽을 떠 203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세종시 이전 움직임도 물밑에서 감지되면서, 법안 계류로 지지부진한 성평등가족부 이전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중도일보가 세종시와 행복청, 성평등가족부를 취재한 결과, 성평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