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리튬배터리가 위험한가?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리튬배터리가 위험한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7-02 10:05
  • 수정 2024-07-02 10:31
  • 신문게재 2024-07-0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Nirvana(불교 용어 '열반')라는 록 그룹의 Lithium(리튬)이라는 곡이 있다. 가사에는 리튬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진 않지만, 그 시절 너바나의 다른 곡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몽환적(?) 가사들이 리튬이라는 타이틀의 곡에서 등장한다. 1994년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는 에피소드들을 남기고 마약 과도 사용으로 사망했다.

리튬의 원소번호는 3번, 수소, 헬륨 다음이다. 질량수가 6과 7인 동위원소를 가지고 있어 질량수 6의 리튬은 핵융합, 수소폭탄 등의 군사적 이유로 냉전시대까지는 비축했던 원소였던 모양이다. 질량수 7의 리튬이 92% 이상으로 거의 대부분이다. X세대 연배의 독자라면 기억할 텐데, 예전에 '7Up'이란 청량 음료가 있었다. '7Up' 의 7은 질량수 7인 리튬을 소량 첨가했다는 의미로, 실제로 리튬이 의학적으로는 우울증, 조현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기분을 정말로 up(?) 시켜주는 효과를 어필하고 싶었던 상품명인가 싶다. (필자가 직접 미국 리튬 제조회사의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초창기 '7Up'병을 보고 들었던 일화임) 이렇듯 사람의 기분을 달래주는 역할도 하는 리튬이지만 제일 가벼운 금속으로 주기율표 1족의 알칼리 원소 특유의 수분과의 엄청난 반응성을 자랑한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안타깝게도 20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되면서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이 사람들을 놀래 켰다. 사고 발생과정을 CCTV로 확인하고, 언론에 발표되는 수습 절차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군용 리튬일차전지의 사고는 2019년 12월 육군 군수사령부의 종합보급창 폭발을 비롯하여 1년간 4번의 화재가 반복되자, 온·습도 관리, 감지시스템 등 대책을 수립하여 안정화 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교훈은 납품 군수업체까지는 전파되지 않았던지, 이전과 판박이처럼 화재 며칠 전 비가 오고, 리튬의 특성상 초기 진압이 더디어 피해규모를 키운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 희생자 중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로 불법 파견, 고용, 산재 보험 가입 여부, 외국인 인권문제까지 법적으로 엄정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고를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는 중국 언론에서는 물론 중국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의미도 있겠지만, 리튬일차전지와는 다른, 전기차의 안전성을 거론하며 한국의 이차전지 기술을 폄훼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에서 이번 화재 사건을 다보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로이터, CNN,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이를 여과없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자사 전지의 안전기술을 자신하는 듯하니 지켜볼 일이다.

필자의 이전 컬럼(2021년12월 'K-Battery와 배터리 삼국지')에서 동북아 한중일 3국의 이차전지를 둘러싼 기술과 시장경쟁을 다뤘지만, 전동화·무선화로 대변되는 미래산업변화에서 배터리의 기술경쟁의 중요한 한 축(軸)은 안전한 배터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리튬이차전지업체인 Sony(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Panasonic 오사카부 모리구치시), LG엔솔(당시 LG화학 충북 오창, 삼성SDI 충남 천안)는 2~30여 년 전 제조공장이 위치한 각 지역에서 거의 모든 소방차를 불렀던 화재 사건의 경험자들이다. 격언 중에 '현명한 자는 책으로부터 배우고, 우둔한 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라고는 하지만, 경험만큼 효과적인 학습법도 없고, 정말 최악은 경험하고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리라. 자연이 내려준 리튬의 속성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리튬을 사용하는 인간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제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리튬배터리의 안전한 제조와 사용을 목적으로 한 학습과 경험이 축적된 기술을 바탕이 되고 기본적인 수칙이 지켜진다면 확보될 안전성이겠지만, 회사나 개인의 욕심이 법망을 피해서 기본을 어그러뜨리면, 화재(火災)든 인재(人災)든 언제나 재앙은 찾아온다. 그게 어디 리튬배터리 만의 경우이겠는가!

리튬이라는 곡을 작사, 작곡했던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리튬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기술적으로 리튬배터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웬지 음악을 듣다 보면, 세상사 어느 사물이나 현상이든 가질 수 밖에 없는 양면성을 노래하는 느낌은 필자만의 것일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