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희망의 등불, 양궁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희망의 등불, 양궁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8-02 09:06
  • 수정 2024-08-02 09: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33회 파리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 양궁 경기 장면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으랴만, 참 아슬아슬하다. 선수와 표적 사이,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어느 경기보다 오심이나 편파 판정이 없다. 화살이 표적에 박히는 순간 분명한 결과가 드러나 조작도 어렵다. 그럼에도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것이 양궁경기다.

이번 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여자는 10연패, 남자는 3연패의 놀라운 업적이다. 3연패 역시 2012년 런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뿐 연속 금메달이다. 특히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10회 연속 우승한 것으로, 한 번도 빼앗기지 않은 최다 연승 타이기록(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10연패를 기록 중)으로 새 역사가 되었다.



여타 경기도 그렇겠지만 양궁 경기 규칙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긴장감, 관람과 재미, 편의성, 생방송, 의외성, 판정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된 것이지만, '세계 최강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널리 퍼지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72년 하계올림픽 이후 지난 대회까지 우리는 금메달 29개 포함, 총 45개의 메달을 획득, 2위 미국의 금 8, 합계 16에 비해 단연 독보적이다. 이정도면 가히 무적 아닌가? 한 번 금메달 따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연달아 우승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선수단의 열정과 지대한 노력의 결과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체계적 관리와 훈련시스템에도 비결이 있음직하다. 많은 우수지도자가 여러 나라에 나가 있음이 그를 대변한다. 스포츠 과학은 물론, 생리학, 심리학, 뇌 과학 등 여타 관련분야가 총 동원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신력, 집중력 등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큰 몫을 한다. 경기 자체도 가감이 어려운데다, 다른 종목과 달리 대한양궁협회는 전국 초중고 양궁부 학생, 코치 모두 관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교육 금지다. 종류와 시기, 강사 등 가리지 않고 사교육은 절대 엄금이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양궁의 인맥과 연줄 등이 철저히 배제되어, 실력위주 국가대표 선발의 핵심 원천이 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러 단계의 평가전도 거친다.

국가와 협회의 지원과 투자도 큰 역할을 한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1985년부터 전폭적으로 지원 한 바, 이는 국내 스포츠 종목 지원 최장기간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지에서 직접 관람하고 시상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파리 대회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마련하였다. 음향, 방송 등 예상되는 환경을 조성, 지속적인 모의대회를 실시하였다. 양궁 경기장이 센 강에 인접, 강바람이 예상 돼 남한강변에서 적응 훈련도 하였다. 인공지능 이용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개발, '무결점' 수준의 슈팅 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게 해 실전 감각도 익히게 했다. 이 밖에도 각종 장비와 첨단기술을 동원 훈련에 활용 한다.

2011년 8월 10일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을 보며, 얼마나 활이 유용하고 강력한 무기인지 새삼 깨달았던 적이 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쫓는 단순한 구조지만, 생존과 용기에 대한 흥미진진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자연스럽게 역사로 연결이 된다. 중국 고문헌은 우리가 활 잘 쏘는 민족으로 기록하고 있다. 9개의 해를 떨어뜨려 중국을 구했다는 전설상의 인물인 예(?)나, 한때 동방 30국을 아우르고 서주를 위협했던 활의 명인 서언왕이 동이족이라 전하며, 고구려 시조 주몽에게도 백발백중의 궁시설화(弓矢說話)가 있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에는 말 타고 활사냥하는 벽화가 전해져, 당시 주요한 생활도구였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나 무용담도 자긍심으로 작용 했을 것이다. 현재 쓰여 지고 있는 새로운 역사도 긍지와 자신감, 선한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이룬 성과 때문에 외국선수들이 한국산 활을 사용, 국내기업인 '윈앤윈'이 양궁시장 점유율 세계1위를 기록 중이다. 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자, 외국 선수가 한국 선수의 유니폼, 걸음걸이, 스트레칭 동작까지 따라한다고 한다.

개인전과 혼성단체전이 남아있다. 혼성단체전은 2일, 여자는 8월 3일, 남자는 4일 각각 열린다. 남은 경기에서도 바람직한 성과가 있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기대한다. 암울한 시기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11] 다시 꺼내보는 4월의 序詩-불꽃은 언제나 젊게 타오른다
  2.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3.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5선거구 김창연 "주민 불편 가장 가까이서 해결"
  4. 대전시체육회 카누 김소현·조신영, 태극마크 획득 쾌거
  5. 천안시, 고용 부담 덜기 위한 1분기 소상공인 사회보험료 지원 신청받아
  1. 천안시, 벼 종자 발아율 완화에 따라 안정적 파종 현장지도
  2. 구본영 천안시장 예비후보, "70만 시민 행복의 보루, 공직자의 기(氣)를 확실히 살릴 것"
  3. 천안시, '장애인 생활밀착형 체육 서비스' 시동...건강 운동 비롯한 심리 상담 등 통합 서비스
  4.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지역 축제로…'2026 책잼도시대전'
  5. 유성선병원, 무주군과 주민 건강증진 상호 협력체계 구축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