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명예훼손죄에서의 비방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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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명예훼손죄에서의 비방의 목적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4-08-20 15:16
  • 수정 2024-08-20 15:22
  • 신문게재 2024-08-2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윤인섭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오늘은 동창들이나 지인들 간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명예훼손과 관련된 시비를 다뤄보고자 한다. "저 친구는 돈을 안 갚아서 사기죄로 감방 갔다 왔으니 다른 동창들도 조심해라"라는 말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할까.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등과 달리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입법례인 데에서 비롯된다. 즉 미국에서는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경우 이를 처벌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이를 처벌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만 예외를 둔다. 고등학교 동창인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사기 범행으로 구속되었던 사실을 피고인이 다른 동창들에게 드러낸 행위와 관련하여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지 다퉈진 대법원 2022년 7월 28일 선고 2022도4171 판결[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을 통해 알아보자.

피고인은 동창인 피해자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실에 관하여 동창들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피해자가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글을 올린 행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됐다(온라인 채팅방이 아니라 오프라인이었으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문제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조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비방할 목적'은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해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비방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동창들의 안위라는 공공의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비방의 목적은 부정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국가, 도시가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인 동창회에 불과한 규모라도 그들의 이익에 관한 사항은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실형까지 살고 나왔다. 위 사건 판결문에서는 이를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차용금 사기죄에서 어지간히 거액의 돈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버티지 않는 한 실형까지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돼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동창들을 위한 지극한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떼어먹고 지금까지도 갚지 않고 있는 피해자를 욕보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주된 취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괜찮다는 뜻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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