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와 21세기의 장애인 차별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와 21세기의 장애인 차별

최정민/평론가

  • 승인 2024-10-20 13:3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에 결함이 있는 사람을 우리는 장애인이라 부른다. 조선시대에도 불편한 몸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웠던 장애인이 존재했으며, 그들을 '폐질자(廢疾者)'라고 불렀다. (그림 1).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장해자(障害者)로 되었고, 오늘날 장애인으로 불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장애인, 빈곤층, 노인 등을 대상으로 복지정책을 펼쳤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진대법은 지금의 빈민 구제 제도로서 봄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돌려받는 방식이다. 고려시대의 의창제도는 고려 태조 때에 설치되었으며, 고구려의 진대법을 계승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은 백성이 어려울 때 곡식을 빌려주는 정도이고, 진정한 의미의 복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조선시대는 이전 시대보다 장애인들을 위해 보다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1
(그림1)기산 김준근, <병신>, 조선말,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 소장
『정종실록』정종 2년인 1400년 7월 2일, 장애인 처우에 관한 기사가 확인된다. 폐질자이지만 산업(産業) 즉 생산활동이 가능한 자는 제외하고, 생업이 어려운 폐질자들은 소재지 관사에서 우대해 살 곳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태종실록』태종 17년인 1417년 6월 16일, 시각장애인을 고용하는 특수관청인 명통시(明通寺)가 설치되었다. 명통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협회로서 장애인들을 위한 일거리를 제공하고 자립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였다. 명통시에 소속된 장애인들은 임금의 행차 때 경을 읽고 흉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등 나라의 길흉화복을 담당하였다. 엄연히 국가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녹봉을 지급 받으면서 관직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조선 왕실에서 장애인이라는 편견 없이 관직 등용을 했던 당시 상황은, 지금 현시점에서 보아도 열린 시각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 그들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홍대용의 『담현서』에 따르면 '소경은 점치는 데로, 궁형 당한자는 문 지키는 데로 돌리며, 심지어 벙어리와 귀머거리, 앉은뱅이 모두 일자리를 갖도록 해야한다'라 하여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강조했다. 과거에도 신체가 불편하다고 해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장애인들은 신체적인 단점을 승화시켜 점목(점치는 일)이나 독경(불경 외우는 일) 등 신성스러운 일에 동원되었다. (그림 2).



2
(그림2)기산 김준근, <판수독경>,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
국가에서 정식적으로 장애인 활동 보조 도우미를 고용한다는 내용이 『세조실록』세조 3년인 1457년 9월 16일의 기사에서 확인된다. '…농아와 지체장애인들을 책임지고 돌봐줄 도우미를 널리 찾으라…동서 활인원이 맡아(장애인을)후하게 구휼하며 부기마다 결과를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세종연간에도 이 정책이 지속되었으며, 자립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생활비를 지원하였다. 더불어 장애인들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 뿌리 뽑기 위해 차별을 금하는 제도가 조선 초기에 정립된다.

이러한 장애인 차별을 금하는 제도가 성립되었던 것을 근거로 조선시대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차별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전제해야 할 점은 조선시대가 신분사회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왕실이나 양반 사대부 등 상류층에 해당 되는 장애인은 평민이나 천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덜 받았다. 평민이나 천민의 신분인 장애인의 경우 가난에서 오는 멸시도 중첩되었다. 물론 양반가의 장애인도 집안 내부적으로는 차별이 존재했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본격적인 차별은 근현대에 들어서부터다. 몸이 불편한 동정의 대상을 넘어, 학대와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부정적인 인식은 21세기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과 혐오는 지양하고, 비장애인과 같이 고유의 능력과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 보완은 물론이고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등 복지나 제도 외에 실생활 속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정부나 기업 그리고 학교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더불어 가는 세상이 오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최정민/평론가

최정민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본격화… 대전 편의점 절도 사건 재조명
  2. 정상신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무기력한 대전교육… 잘할 것이란 주변 기대에 재도전 결심"
  3. 대전·충남서 갑자기 내린 폭설… 가로수 부러져 길 막기도
  4. 李대통령 "대전충남 통합 공감없이 강행안돼" 사실상 무산
  5. 건양대 웰다잉·웰에이징 전문인력 125명 양성…"통합된 형태의 지원체계 필요"
  1. 봄 시샘하는 폭설
  2. [문예공론] 유상란 시인의 시 '어느 날 문득'에 내재된 삶의 궤적
  3. [중도시평] 아날로그 정서는 시대적 역행일까?
  4. 대전 학교 배움터지킴이 88명 추가 선발 배치… 자원봉사자 신분 한계 여전
  5. [춘하추동] 소는 누가 키우나

헤드라인 뉴스


무산수순 대전·충남 행정통합…與野 극적인 정치적 합의 나올까

무산수순 대전·충남 행정통합…與野 극적인 정치적 합의 나올까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결국 국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며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충청 여야의 통 큰 정치적 타결로 극적인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똑같이 법사위에서 발목 잡힌 대구 경북이 3월 초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대전 충남에서도 보인다면 통합 재추진을 위한 일말의 가능성은 살아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대전 충남을 향해 "공감 없는 통합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은 데다 충청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

김 총리, `세종시 지원위` 재가동…행정수도 실행력 주목
김 총리, '세종시 지원위' 재가동…행정수도 실행력 주목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첫 세종시 지원위원회(31차)를 주재하면서, 행정수도 완성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3층 영상회의실에서 세종시 지원위원회를 열고,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민간위원으로는 국토연구원의 차미숙 박사, 서울시립대 이희정 교수, 산업연구원의 김정흥 박사, 충남대 박수정 교수, 한밭대 백수정 교수, 세종테크노파크 소재문 디지털융합센터장, 신아시아 산학관 협력기구의 이시희 위원이 참여했다. 정부부처 위원으로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코스피 사상 첫 `6000피` 돌파…투자 열기 `후끈`
코스피 사상 첫 '6000피' 돌파…투자 열기 '후끈'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은 지 한 달여 만에 6000대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14.22포인트(1.91%) 오른 6083.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22일 장중 5019.54로 '5천피'을 넘어선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오르며 '6천피'(코스피 6000포인트)를 달성한 것이다. 지수를 끌어올린 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다. 기관은 이날 9017억 원, 개인은 2215억 원을 각각 순매수하면서다. 다만, 외국인은 1조 3019억 원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책임 국민의힘 규탄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책임 국민의힘 규탄

  • 3월부터 여권발급 수수료 2000원 인상 3월부터 여권발급 수수료 2000원 인상

  • 봄 시샘하는 폭설 봄 시샘하는 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