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주는 교훈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주는 교훈

  • 승인 2024-12-10 16:39
  • 신문게재 2024-12-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세계적인 봉사단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닌 봉사의 철학을 제시한다. 국제로타리도 100여 년 전부터 '우리는 왜 봉사하는가?' 하는 명제로 '초아(超我)의 봉사'를 내세우고 있지만 세월 따라 세상도 변하고 봉사 철학도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7년 전에 DEI라는 새로운 철학을 제시했다. 세계적 경향이기도 하다. 다양성, 공정, 포용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이다. 어느 단어 하나 요즘 세태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 없어 로타리 모임에서는 DEI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고, 나는 그 과정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에 이 DEI가 소환되었다. 패배한 민주당의 원인 분석 과정에서 지나치게 DEI를 강조한 민주당 정책 방향이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는 얘기를 신문 기사에서 보았다. 이제 <다양성>이 배제된 사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공정>이야말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덕목이고, 서로 <포용>하지 않는 세상은 그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기에 DEI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이다. 그런데 왜 DEI를 비판하는가?

민주당의 패인으로 DEI를 지목한 사람들의 얘기는 지나친 다양성 인정, 지나치게 공정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지나친 소통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피로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든 미국의 중산층에게는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는 식의 민주당이 제시하는 공자님 말씀보다는 '내가 먹고 살게 해줄께' 라고 얘기하는 트럼프 후보의 단순명료한 메시지가 통했다는 것이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아동학대 이제 그만'이라는 플래카드를 길에서 보았다. 아동폭력, 학대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아동폭력은 자행되고 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렇지만 훈육도 필요 없을까?



나무를 심어 놓고 잘 자라도록 하려면 가꾸어야 한다. 내가 바라는 모양으로만 자라게 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손을 대는 '분재'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나무마다 갖고 있는 스스로의 장점을 살리고 잘 자라게 하려면 돌봄이 필요하다.

공자님이 충효를 강조한 이유는 충과 효를 스스로 깨우치는 사람은 드물기에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충효가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면 매너, 에티켓, 배려 등의 단어로 사용되는 상대방과의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행동방식은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어느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이다. 인사하는 아이가 아무도 없기에 보는 아이들마다 '선생님을 만나면 이사하는 것이란다'고 얘기를 해주었더니 그제서야 모두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더란다.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것조차 가르쳐야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다.

지나친 훈육도 문제지만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나친 방임은 그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많은 시련을 줄 수도 있다.

지금은 서른 넘은 아들이 10여 년 전에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마주치는 학생들이 나에게 고개 숙이고 인사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적이 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눈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 그 학교 분위기는 교수님을 넘어서서 학교를 방문한 선생님과 같은 느낌이 있는 어른에게는 모두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아들을 이 학교에 맡겨도 좋겠다'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DEI가 의미하는 훌륭한 명제가 왜 도마에 올랐을까? 지나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이 지나쳐 본래의 중심이 흔들린다든가 공정이 지나쳐 유연성을 잃는다든가, 소통이 지나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한다고 느끼면 역풍이 불 수 있다. 옛말에 그른 말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2.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