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죽음의 수용소에서 보내온 삶과 희망의 메시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죽음의 수용소에서 보내온 삶과 희망의 메시지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4-12-22 11:4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4110301000099100003201
신동철 변호사
아우슈비츠. 백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살해된 죽음의 수용소. 그곳에서 생존한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에서의 깨달음을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남겼다. 이 책은 생존자로서 수용소에서의 참혹한 경험을 전하기보다 생사가 오가는 수용소 생활 속에서 무엇이 과연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게 만들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아우슈비츠행 열차에 실려 온 유대인들 중에는 프랭클 박사와 같은 지식인도 있었고 부유한 기업인도 명망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열차에 탔던 90%의 사람들은 곧바로 가스실로 끌려가 죽음을 맞게 되고 그나마 노동력이 있어 보이는 나머지 사람들은 짐승처럼 온몸이 벌거벗겨진 채 털이 깎이고 이름이 아닌 수감 번호로 불리며 나치에 의해 강제노역과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발 하나 뻗기도 힘든 비좁은 가축우리 같은 수용소에 우겨 넣어져서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 받으면서도 하루 한 번 배급되는 한 줌의 빵과 묽은 수프로 연명한다. 그런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게 보여서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매일 깨진 유리로 면도를 하기도 하고 혈색 좋게 보이려 노력하며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에만 집중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들을 사람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로 인간은 고통을 가져다주는 외부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고통에 맞서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에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고 유대인이면서도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 다른 사람을 가스실로 보내는 사악한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이 배급받은 빵을 나눠주면서까지 자신보다 더 고통에 처한 동료를 돕는 고귀한 사람들도 있었다. 똑같은 인간 이하의 환경을 겪으면서도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내면의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둘째로 모든 시련 속에는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저자는 그런 질문들은 전혀 의미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하며 오히려 삶이 매 순간 우리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하고, 자신 앞에 과제처럼 놓인 시련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한다.

수용소에 갇힌 프랭클 박사에게 삶이란 뭔가 거창하고 원대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고 시련을 주는 외부 환경에 맞서 인간답게 살아 갈 자유를 찾아가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투쟁이었으리라. 그래서 프랭클 박사는 삶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며,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를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운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면,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존재이기도 하고, 의연하게 가스실에 들어가며 주기도문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를 기대하지 말고 우리가 삶의 과제들을 어떻게 책임져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한 인류 최대의 비극을 통해 발견한 고귀한 가르침이다.

한해를 정리하며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듯 분주히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을 선물로 건네며 '성공이나 행복을 목표로 삼고 애쓰지 마라. 그것은 찾아오는 것이다'라는 책속에 있는 말로 덕담을 해주신 같은 법인의 선배 변호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태안군, 체험형 축제로 빛난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성료
  2.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고용 불안…노조 “안정 보장하라”
  3. 한화, 1R서 설악고 민주홍 지명…학교 첫 1라운더
  4. 충남교육청, 미래교육자문위서 이병도 교육감 '10대 공약' 점검
  5. 세종 행정수도법, 여·야 대립에 11월 막판 논의로 밀리나
  1. 이미 결원 24명 대전지검, 공소청되면 정원 더 줄어든다
  2. 충남도, '제4기 충청남도 신뢰건설기업' 모집
  3. [기고] 홍성관광의 새로운 길-천년 홍주에 맛을 입히다
  4.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양자암호통신 연동 기술 세계 최초 개발
  5. 여기가 군생활관? 호텔이 아니고~(영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육청, ‘교육활동보호관’ 신설…교권 보호 ‘응급실’ 역할

대전교육청, ‘교육활동보호관’ 신설…교권 보호 ‘응급실’ 역할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에 대응할 대전교육청의 새로운 보호 체계가 신설된다. 신고 접수부터 현장 대응과 법률·상담 지원까지 교육청이 직접 동행하는 '교육활동보호관'이 23일 출범한다. 오석진 대전교육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직속 전담기구인 교육활동보호관 신설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그동안 교권 보호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교육활동 보호 체계가 치료와 회복 기능을 갖췄다면, 교육활동보호관을 통해 사안 발생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는..

추석연휴 왜 일부 고속도로 기름값만 100원 인하하죠? 대전 주유업계 `불만`
추석연휴 왜 일부 고속도로 기름값만 100원 인하하죠? 대전 주유업계 '불만'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하면서 대전지역 주유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귀성·귀경객의 유류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기업 재원을 일부 고속도로 주유소에만 투입하면 일반 영세 자영주유소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지역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연휴인 24~27일 나흘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지난 17일보다 리터당 100원씩 낮추기로 했다. 할인에 필..

최초 공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플러스 살짝 공개합니다
최초 공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플러스 살짝 공개합니다

미래의 전장!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가 오는 국군의 날 '2026 지상군 페스티벌' 현장에서 공개합니다. 육군이 'Army TIGER+(아미타이거 플러스)'를 본 행사에 앞서 살짝 공개 했습니다. 지난 22일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계룡대 활주로에서 '2026 지상군 페스티벌' 현장 공개가 있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아미타이거를 비롯해 19종 57대의 복합 전투체계가 참가하는 제병합동 훈련을 선보였습니다. 미리보는 지상군 페스티벌 아미타이거의 훈련 모습을 살짝 공개합니다. 금상진 기자미래의 전장!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 추석맞이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큰장터 추석맞이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큰장터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