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혼인과 가족형태의 변화가 상속법에 미칠 영향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혼인과 가족형태의 변화가 상속법에 미칠 영향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5-01-12 12:01
  • 신문게재 2025-01-13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요즘 우리 사회에서 혼인과 가족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비혼과 동거 커플의 확산, 재혼 가정의 증가,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의 증가 등은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가족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기존 상속법 체계와 충돌하면서 개인에게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속법도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상속법은 전통적으로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대다수 가구들이 이러한 혼인과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속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동거 커플이나 비혼자처럼 법적 가족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동거를 해온 사실혼 부부가 있는데 부부 중 일방이 사망을 했다고 하자.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다행히도 그 자녀가 상속인이 되지만 만일 자녀가 없다고 하면 망인의 부모가 상속인이 되고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재산을 남길 수 있을 뿐 상속을 해줄 수는 없다.

재혼 가정도 상속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재혼 후 전 배우자와의 자녀와 현재 배우자 간의 상속 분배 갈등이 대표적이다. 또, 재혼한 부부 사이에 자녀 없이 한 쪽이 사망한 경우에 그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결국 배우자의 전혼 자녀에게로 물려질 수도 있다. 남의 후손에게 자신의 재산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재산 분배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유언장이 필요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상속 문제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 가족뿐 아니라 4촌 이내 친족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면 상속인이 없게 된다. 이때는 상속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고인이 남기는 재산이 고인의 희망이나 바램과는 달리 처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여 놓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까지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입양을 하는 경우에도 상속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된다. 입양된 자녀는 친자와 동일한 상속권을 가지게 된다. 양자, 친자 간의 갈등이 상속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재혼가정에서는 재혼 배우자의 전혼 자식을 입양하는 사례도 많은데, 상속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사전 조정과 명확한 상속 계획이 필수적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한 상속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법률혼 부부만이 아니라 사실혼 부부에게도 상속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은 '리빙 트러스트'를 통해 유산을 원하는 방식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나라에서도 사실혼 부부의 경우 판례나 법령의 개정으로 많은 권리를 승계할 수 있도록 점차 변화해 왔으나 아직까지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상속법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대 사회와 괴리가 크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반영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순위를 나누어 4촌까지를 상속인으로 인정하는 범위도 이제는 개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어갈수록, 자녀를 적게 낳는 사회가 되어갈수록 상속에 관한 분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유언장 작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 분쟁을 피하려면 사전에 명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