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순 앞둔 할머니, 충남대에 기부한 뜻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구순 앞둔 할머니, 충남대에 기부한 뜻

  • 승인 2025-03-20 17:22
  • 신문게재 2025-03-21 19면
맨손으로 평생 일군 40억원대 건물을 충남대에 기부한 윤근 여사의 삶은 질곡의 시간을 극복한 우리 현대사와 닮았다. 구순을 앞둔 윤 여사가 전 재산을 기부한 이유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뜻 하나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태어난 윤 여사는 그 시절 출생한 많은 어르신처럼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평생에 걸친 배움에 대한 열망은 고향 학생들을 위한 기부로 이어졌다.

청양에서 태어난 윤 여사는 세 차례 유산을 겪는 등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공장과 행상을 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좀처럼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자 1970년 단돈 500원을 들고 정착한 곳이 부산이다. 몸에 밴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숙박업을 시작해 성공한 후 지은 6층 건물이 충남대에 기부한 부산 영도 남항 인근의 '동남여관'이다. 윤 여사는 "그곳에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윤 여사는 1990년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가 충남대에 전 재산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를 다짐했다고 한다. 3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부의 선한 영향력이다. 최근 청양의 70대 독거 노인은 임종을 사흘 앞두고 통장에 남은 돈 500만원을 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해 지역사회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이웃들의 기부에는 삶의 서사가 담겨 있어 감동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시절,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기부에 인색한 나라로 꼽혀온 우리나라에서 최근 개인 기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 시기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타심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기부의 미덕이 확산, 이기심으로 혼란한 사회를 정화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2.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3.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4.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5.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1.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4.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5.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