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외국어의 효용성(效用性)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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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외국어의 효용성(效用性)에 대해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05-14 13:0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올해도 예년과 같이 '유성온천문화축제'가 온천로 일원에서 계룡스파텔 광장을 중심으로 3일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5/2(금)~5/4(일))

나는 매년 통역 봉사로 참가하여 정해진 시간을 마친 후 자유롭게 축제에 참여도 하면서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선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그 무엇보다도 '온천문화축제'가 기다려진다.

특히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축제 30주년 거리 퍼레이드', 온천수 물총 스플래쉬(온천로 워터게이트), SPA&BEAUTY, 유성 온천수 족욕 테마열차, 푸드트럭존&먹거리 쉼터(계룡스파텔 내부) 등으로 축제를 더욱 활력 있게 했다. 물론 이외에도 어린이 체험 부스 등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 등이 풍성하다.

통역 봉사자는 유성온천일원 두드림공연장 앞 운영본부 부스에서 근무했다. 나는 첫날 근무를 신청했는데 온종일 날씨가 화창했다. 안내석에 앉아 있어도 너른 시야 가득 꽃밭이 펼쳐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관람객 개개인이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며 식수도 받아 가고 안내 책자도 받아 가는 모습 또한 평화로웠다. 이 귀한 행사에 안내를 맡아 해줄 수 있는 것만도 기뻤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영어 회화를 배운 것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소소한 이유에서였다. 오래전 미국 유학을 간 친구가 방학에 잠시 왔을 때 금강유원지 휴게소에 갔을 때다.



미국인이 상점 주인한테 뭔가를 묻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난처해하자 친구가 나서서 통역을 해주는데 무척 부러웠다. 그 미국인은 해외 출장 중으로 서울에 왔다가 부산에 잠시 가는 중이라고 했다.

대전에 오는 즉시 나는 시내 외국어학원에 들러서 생활영어 회화 강습반에 등록했다. 그렇게 나의 영어 공부가 시작되었다. 생활영어 회화가 웬만큼 되니까 영어로 글을 쓰기 위해 영문법이 필요했다. 친구는 그런 내게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유학을 오려면 토플(TOEFL) 점수가 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행인지, 영어 배움이 싫지 않아서 연이어 토플도 공부했다. 하지만 그즈음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미국 유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그 친구에게는 항상 고맙다. 지금까지 그때 공부한 영어를 잘 사용하고 있어서다.

미국 유학을 포기한 후,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지인이 넌지시 물었다. 'W해외유학원'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사실 늦깎이로 어렵게 공부한 영어 공부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 당시 컴퓨터는 MS도스로 시작했다. 인터넷은 천리안 등이 있었지만,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보내는 입학 서류는 우체국에서 특급우편으로 보냈다. 입학 서류도 어렵지 않게 작성했음은 물론이다.

'W해외유학원' 주 업무는 미국과 호주 영어문화체험, 영어연수, 조기유학, 대학교 입학을 상담했다. 매년 겨울과 여름 방학 기간에 3주간 일정으로 중·고교생 영어문화체험 연수>를 떠난다. 나는 주로 국내에 있으면서 해외 행사를 지원했다.

유학원에서 거의 20여 년간 근무했는데 그 기간이 내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언어연수, 문화체험연수 등 새로운 것을 찾아 지구촌 곳곳을 방문한 것도 이 시기였다. 스페인어가 한창 인기였을 때는 곧장 스페인으로 날아 갔다. 예상했던 대로 언어및문화체험은 좋지만, 국내에서 너무 멀어 단기 언어연수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포기했을 때 아쉬웠던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외국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독일에 사는 친구와의 여행이다. 우리와 너무 다른 생활권인 그곳을 호기심 많은 내게 꼭 구경시켜 주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자 곧바로 나를 초청했다.

친구는 25일간 휴가를 받았다며, 회사 동료와 함께 3명이 이튿날 새벽 하노버를 출발, 아우토반을 탔다. 당일 오스트리아까지 가면서 휴식 겸 도중에 아우토반을 나와서 부근 큰 도시에 들러 식사하며 정말 꿈같은 여행을 했다. 내게는 최초의 외국 여행이었기에 더욱 감명 깊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독일문화원' 독일어 강습을 신청했다. 말 한마디 못 하고 벙어리처럼 따라다녔던 것이 불편해서였다. 마침, 남동생 부부가 뮌헨에 유학하고 있어서 그 이듬해 다시 또 갔을 때는 뮌헨 동생네 집과 하노버 친구 집을 오가며 훨씬 자유롭게 유럽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 쓴 수필을 모아 그 후 수필집도 출간했다.

그리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차츰 소식이 뜸해지다가 어느 날부터는 아예 소식이 끊겼다. 나 또한 유학원 업무로 미국 출장이 많다 보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문득문득 생각났지만 '잘 지내겠지!' 그때를 회상할 뿐이었다.

그런 어느 날 내 블로그에 낯선 메모가 눈에 띄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였다. 나를 찾아서 부모님도 뵐 겸 한국에 몇 번 나왔지만 도무지 찾을 도리가 없었다고, 메모 보는 대로 연락 달라며 독일 전화번호를 남겼다. 서로 오래 만나지 않다보니 서로 연락처조차도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 친구는 한국에 올 때마다 친구들을 수소문해도 내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 여동생이 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겨우 내 이름 석 자를 찾았다고 하는 데 정말 미안했다. 인터넷에는 나의 가톨릭 영세명 cecillia 끝 자 '리아'를 썼기에 검색에 안 뜬 것이다. 친구는 내 전화를 받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본인은 암 말기로 살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남은 기간이나마 연락하며 지내자고 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듣던 말 중에 가장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

그 친구가 애타게 떠나서일까. '영어통역 봉사' 한 날은 그 친구 생각에 목이 메인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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