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중국 옌타이(烟台) 여행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예공론] 중국 옌타이(烟台) 여행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05-28 16:5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05년 봄, 지인 소개로 인터넷 M 카페(동호회)에 가입한 지 2달여 만에 한중국제 여객선을 타고 항구도시 옌타이 여행을 다녀왔다. 현충일 연휴 기간 3박4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뜻 깊고 유익한 체험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해외유학원에 근무하며 항공편으로 외국을 자주 다닐 때였다. 하루는 지인이 선박 여행도 재미있다며 권해서 무턱대고 M 카페에 가입했다. 그곳에는 중국 역사는 물론이고 광활한 대륙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방대하게 올려져 있었다.

소설 같은 중국 이야기를 읽으면서 멀게 느껴지던 중국이 성큼 내게 다가왔다. 한번 가볼까.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서울에서 카페 동호회 정기 모임이 있기에 참석했다.

카페에 접속할 때마다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선지 몇몇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 3박4일 일정에 신청했다. 같은 동호회 회원이라고는 해도 사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러 계층의 낯선 사람들인데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도시인에게는 생소한 선박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한울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은 막상 승선하고 보니 소무역상, 단순 외국인 여행객, 현지인, 해외 출장업무차 등 다양한 계층의 승객들로 호기심도 생겼다.



한편, 내심 뭔지 모르게 문득 불안함이 엄습했던 것도 사실이다. 언어도 전혀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자유여행을 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천 연안부두 집합 장소에서 일행을 만나면서 그런 나의 염려는 일종의 기우였음을 실감했다.

서로 다른 100여 명이 움직이는 데도 운영진의 체계적인 진행으로 질서정연한 가운데 아무 불편 없이 3박4일 간 즐거운 여정을 보냈다. 한중국제여객선 '향설란' 탑승도 난생처음이었는데 신기했다. 한밤중 잠을 자다 어렴풋이 깨어 선창 밖을 내다보니 칠흑같이 캄캄한 밤, 향설란은 마치 자동차가 까만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듯이 하얀 물살을 일으키면서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웠다.

선상에서의 식사 시간도 잊을 수 없다. 선내 식당 3면 모두 바다가 보이는 식탁에서 동호회 회원 10명씩 빙 둘러앉아서 식사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나는 사뭇 선창 밖을 내다보며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부부가 부스럭거리면서 뭔가 슬쩍 내놓는데 풋고추랑 고추장이었다. 그때 그 풋고추 정말 맛있었다. 저녁 식사 후 향후 3박4일 간 여정에 대한 선상 설명회 장소도 식당에서였다. 3면이 바다가 보였다.

그렇게 나의 해외 첫 선박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실 북경, 만리장성 등 중국은 여행사 패키지상품으로 몇 군데 갔지만, 선박 여행을 떠나보니 항공으로 떠난 중국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3박4일 간 여정 중 하이라이트인 시장 견학은 정말 새로웠다.

이튿날 아침, 밤새 긴 항해를 마치고 선상에서 하선, 입국장 밖으로 나오니 2005년 봄 옌타이항은 외국이라기보다는 우리 시골 어딘가 온 것처럼 낯익은 편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타고 그날 일정을 소화했다. 시대광장, 싼잔시장, 대윤발, 두만강 식당, 월마트, 대묘문화시장, 저스코, 옌타이대학교, 황진이 식당 등

나는 문득 그곳에 어학원(한국어, 중국어, 영어)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멀지 않고 항공편과 선박을 다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였다. 그래서 1년 상용비자를 받아서 그 후 매달 선박 여행으로 옌타이를 방문했다. 중국어 회화도 열심히 배워서 중국어 한자를 쓰지는 못해도 읽거나 웬만한 대화는 가능했다. 옌타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청도(?? Qingdao) 등 여러 지방을 여행하면서 중국의 낯선 문화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특별한 게 있다면, 나는 그 기간 옌타이를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썼다. 옌타이를 처음 여행하는 동호회 회원을 위해 안내 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인기가 있었다. 옌타이 시내 지도는 내가 걸어 다니면서 익힌 위치를 색연필로 그려서 카페에 올려놓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 위치가 반대로 그려진 곳도 다수였다. 그런데도 그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 마중물이 된 셈이다.

그때 쓴 후기 중 「옌타이(烟台) 부채」가 계간 《시에》 수필로 당선된 것이다. (2010) 그 후 함께 살던 부모님 두 분이 영면에 드시면서 나의 외국 여행도 멈추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창궐하자 외출조차 뜸해졌다. 나는 이제 다시 깨어나듯 막 날갯짓을 하려는 참이다. 그동안 밀어두었던 글을 마저 쓰면서.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제천서 실종된 40대 남성… 여전히 행방묘연
  2. 이장우 "3대하천 준설 덕에…더는 물난리로 불편 없도록"
  3. 지역 어르신들에게 삼계탕 선물
  4. 일상 속 위험, 예방이 먼저!
  5. 21년 만의 행정수도 재추진...3가지 관문 통과가 관건
  1. 대전천 휩쓸린 50대 숨진채 발견…대전충남 폭우 4명 사망
  2. 서울 집값 24주 연속 상승… 대전은 27주 연속 하락 '양극화' 뚜렷
  3. 문화유산회복재단, 유성구청 업무협약 맺고 학생 실감교육 실시
  4.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5. K-water 금강유역본부, 충남 예산군 이재민에 긴급 지원

헤드라인 뉴스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인 충청권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가 62.77%의 득표율로 중원을 민심을 잡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정작 충청권 강력 반발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논란에 대해 당권 주자와 최고위원 등 세 명의 후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아 지역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가 3만 5142표(62.77%)를 획득하며 2만 846표(37.23%)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큰 격차로 제쳤다. 투표에는 전체 권리당..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올해로 10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KITS:Korea International Tourism Show)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KITS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시산업원이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국내외 관광업계 정보 제공의 장과 관광객 유치 도모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해 상호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KITS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여행 콘텐츠와 국제 관광도시 및 국가 홍보, 국내외 관광 콘텐츠 간 네트워..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위험한 하굣길 위험한 하굣길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