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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용 한남대 교수 |
이에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023년부터 운영하는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HUS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남대, 충남대, 한밭대, 대전대 및 건양대 등 전국 50여개 주요대학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은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인문사회적 통찰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기존의 전공 중심 교육을 넘어 대학 간,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사회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순히 행정적, 정책적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본질적 해결이 어렵다. 예를 들어,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인구 감소 통계를 넘어 지역 정체성의 위기, 문화적 단절, 경제적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 사업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남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의 인문사회융합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대전의 근대 역사를 담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충남 농촌 마을의 구술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체험형 콘텐츠 개발 등이 그것이다.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과 실천의 균형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남대의 경우,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사회혁신센터(커먼즈필드), 사단법인 대전마을기업연합회 등 지역기관들의 한남대의 협약을 통해 지역의 요구와 특성에 맞는 인문사회 융합인재를 길러내어 지역 기업가와 혁신가를 육성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지자체, 기업, 시민이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실제 창업이나 사회적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최근 대전지역 중심으로 콘텐츠기업들이 연합하여 한국콘텐츠기업협회가 결성되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인문학적 통찰, 사회적 맥락의 이해, 디자인 감각, 기술적 구현 능력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기반의 콘텐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인문사회융합인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수없이 많다. 쇠퇴한 구도심의 재생,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 고령화에 따른 돌봄 문제, 청년 일자리의 부족 등.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문제는 새로운 콘텐츠의 기회이자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떠나보내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혁신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문사회 기반의 창의성과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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