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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9일 대전시청 1층 전시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
29일 오전 대전시청 1층에 위치한 둔산1동 사전투표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붉은 셔츠, 정장 차림, 운동복 차림까지 복장은 제각각이지만 눈빛만큼은 하나같이 진지했다.
사전투표 첫날, 아직 오전이 채 끝나기 전인데도 둔산1동 사전투표소에는 이미 2000명 가까운 시민들이 다녀갔다. 줄은 끊이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분주하면서도 조용했다.
본투표 당일을 방불케 하는 사전투표 첫날 대전의 풍경은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시청 근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진모 씨(44·남)는 세종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근무지인 대전에서 관외투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진 씨는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중산층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경제에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며 "중산층은 세금은 많이 내면서도 혜택은 많지 않다. 부자는 더 부자 되고 저소득층은 나름의 지원이 있는데, 그 중간에 낀 우리는 어디에도 기대기 어렵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성실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지한 자세로 투표함에 '한 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 대부분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들과의 여름 휴가를 앞두고 미리 투표를 하러 온 회사원 노모 씨(50·남)는 "코로나 이후 무너진 자영업과 벌어진 소득 격차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이라며 "우리 가족만 잘살자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숨 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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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전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사진=독자제공 |
가수 온앤오프 팬이라는 김모 씨(26·여)는 아이돌 캐릭터가 그려진 SNS용 투표 인증 용지를 챙겨와 도장을 찍고는 사진을 남겼다.
김 씨는 "X(전 트위터)에서 이런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직접 프린트하고 투표날 SNS에 인증하는 게 유행"이라며 "계엄이나 탄핵 같은 중대한 이슈들이 있는 이번 선거는 꼭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투표 방식으로 분위기가 좀 더 친근해져 투표율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시간 대전 중구 은행선화동 투표소 풍경도 비슷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건물 앞에 놓인 안내판 옆으론 이른 오전부터 이어진 유권자 발걸음 탓에 입구엔 줄이 길게 늘어졌고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주부 신모 씨(56세·여)는 "TV 토론도 보고 유세도 지켜봤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아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며 "사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나왔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는 걸 보니 다들 같은 바람인 것 같다"고 귀뜸했다.
투표소 안에는 시민들만큼이나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이들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각 정당이 파견한 선거 참관인들로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안테나를 바짝 세웠다.
이날 참관을 맡은 임모 씨(44·여)는 "지문 찍고 신분증 확인하고 투표지 받는 과정 자체에서 부정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도장 찍는 법이나 투표지 보관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들도 간혹 계신다"며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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