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골목대장의 성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골목대장의 성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6-01 11: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저 잘난 맛에 산다"는 말이 있다. 비아냥이 섞여 있지만 세상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긍지 또는 자존심으로서 삶의 동력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곧잘 오류를 범한다. 저마다 비장의 자긍심이 있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 것이다. 인정하거나 존중해 주지 않는다. 자신의 자긍심으로 남의 자긍심을 짓밟는 것이다. 오만이다. 또 하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부족함을 잊거나 애써 부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그늘은 보지 않는 자아도취이다.

자긍심의 원천은 남보다 우위에 있거나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이다. 탁월한 도덕성, 부, 명예, 능력, 위치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염되거나 타락한 것이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비난의 대상이 된다. 오만, 과신, 자아도취 등도 남을 불편하게 한다. 자아중심주의는 유아기 특성중 하나이다. 본인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한다. 자타구분도 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시각이 있음을 인정 또는 이해하지 못한다. 독불장군으로 타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양면성으로 선악의 경계가 애매한 것들이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성찰,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골목대장도 안 될 성품 또는 능력으로 큰일을 도모한다고 나서서 설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역대 대통령이 그때그때 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한 사람으로 선출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대로 불행했다고 인구에 회자되는 것도 사실이다. 왜 불행했을까? 원인 중 하나가 비전 없는 과도한 욕심은 아니었을까?

지난 5월 13일 서거한 우루과이 40대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 Alberto Mujica Cordano, 1935~2025)의 언행에서 찾아보자. 책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과 각종 보도 자료에서 발췌 정리했다.

그는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가난했지만,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가난했다. 봉급의 90%를 사회 각종 기금으로 기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궁은 노숙자 편의 시설로 제공하고 별장은 난민의 숙소로 사용했다. 늘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 헝클어진 머리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파란색 폭스바겐 비틀 소형차로 출퇴근 했다. 물론 자가운전이다.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변두리에 있는 슬레이트 지붕 오두막에 살았다.

가난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탓인지, 그에 대한 답변이 많다. 울림이 있다. "사람들이 저보고 가난한 대통령이라지만, 아니요, 전 가난한 대통령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많은 걸 원하고, 아무리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난이란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아온 방식이자 국민 대부분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 "삶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다." "동반자가 있으면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국가원수에 대한 생각도 참 소탈하다. "장님 중에 가장 나쁜 장님은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국가원수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사람이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도 촌철살인이다. 마지막 인터뷰라고 전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쉽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다." 14년간의 수감생활 후에도 "나는 그대들에게 분노로 대응하지 않는다. 분노는 건설적이지 않다." 했으며, 현실주의, 실용주의 정치철학으로 일관했다. "억압과 복수로는 사회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며 큰 정치야말로 최상급의 복수라고 말한다.

환경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는다. "개발이 행복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됩니다. 개발은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진짜 숲을 파괴하고 익명의 콘크리트 숲을 만들고 있다." "우리 세대의 좌절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

미래가 없는 권력 만끽, 재산 불리기에 열중하고, 국민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행복만 챙기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2.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3.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4. 지역 학원가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운영 방식 항의서한
  5. 김도경 초대회장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 대전경제 새역사 쓰겠다”
  1.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미상환 체납액 역대 최대
  2.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엑스프리메드'에 1억 원 시드 투자
  3. 양승조·용혜인, '산업혁신·기본사회·민주분권' 결합한 정책협약 체결
  4. [사설] 행정수도 특별법 '법안소위' 이제 끝내야
  5. [지선 D-50] 與 대전시장 경선 허태정 승리…이장우와 4년만의 리턴매치

헤드라인 뉴스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와대 이전' 움직임이 이재명 새 정부에서 어떻게 완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준비했으나 좌절됐고, 윤석열 전 정부는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얼룩진 역사만 남겼다. 이재명 새 정부는 올 초 도로 청와대로 컴백한 만큼, 2030년 임기까지 판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의 14일 긴급 브리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가 매장에서 쓰는 비닐봉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조치인데, 편의점주 등은 고정 지출이 커지진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비닐봉지는 50매 묶음으로 총 네 종류다. 검정 비닐봉지 큰 사이즈는 77원에서 106원으로 37.7% 인상했으며 작은 사이즈는 57원에서 78원으로..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충남 계룡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어 충남교육청의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충남 학생인권조례도 교사 신변보호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전 8시 40분께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상담을 하던 학생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교사에게 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중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