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마침 21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투표를 마치고, 오후 3시 KBS대전총국 제2갤러리를 찾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화가 오정숙의 모습은 세월이 비껴간 듯 지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그림은 언제나 보아도 아리송하게 매력적이었다. 그의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볼수록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감각들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아리송해서 작품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언젠가 오정숙 추상화를 감상하며 다음과 같이 평한 일이 있다.
『추상화의 마술사 오정숙 작가의 개인전시회가 열린다해서 버스에 올랐다. 그의 추상화는 언제나 보아도 재미있고, 야릇한 느낌이 들어 감상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왜냐하면 작가 오정숙이 그려내는 추상화는 단순히 점, 선, 면, 색채 등의 표현을 목표로 하는 뜨거운 추상화나 차가운 추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디자인 분야에서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일반적인 추상화도 아니며, 조선 시대 추상화 역할을 하고 있던 민화(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적인 매력의 오정숙의 그림 세계는 무엇을 나타내려 그렇게 아리송한 추상화를 그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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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눈길, 90.9 x 72.7cm ,Acrylic on canvas |
금년 봄에 그렸다 한다. 규격: 90.9 x 72.7cm 크기에, 재료: Acrylic on canvas를 써서 그렸는데 화가 오정숙의 말로는 "현실적인 환경을 넘어 미지의 이상세계를 추구하고 이루고자하는 염원을 색채 표현으로 그려냈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암사슴 한마리는 풀을 뜯고, 숫사슴이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다. 그 숫사슴이 바라보는 하늘을 붉은색 물감으로 칠했던 것이다. 푸른 하늘이 아니라 붉은 하늘인 것이다. 현실 세상은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짜증석인 삶을 살고 있는데, 오정숙 화가는 하늘을 붉게 그려 희망적인 삶을 살도록 권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이정도 해설만으로도 붉은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런데 그붉은 색 속에도 교활한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화가 오정숙은 알고나 그렸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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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판도라, 45.5 x 37.9cm, Acrylic on canvas |
2024년에 그렸다 한다. 작품 크기가 45.5 x 37.9cm에 'Acrylic on canvas'를 써서 그렸다 한다.
화가 오정숙은 "개개인의 생각들이 고착화 되어가는 의식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소용돌이쳐 나가보는 현상을 그렸다"하는데 ' 미우라 다이스케'가 감독한 '사랑의 소용돌이'를 그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실상의 소용돌이를 그려낸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 소용돌이는 깨지고 허물어지고, 으깨진 소용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정숙의 '소용돌이'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 관람자들로부터 머리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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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복 도예, 265.1 x 53.0cm, Acrylic on canvas |
이 그림도 2025년 작이다. 이 그림은 265.1 x 53.0cm 크기에 'Acrylic on canvas' 재료를 써서 그렸다 했다. 오정숙 화가는 "붉은색 도자기에 기복을 담아 순조로운 일상을 표현"했다고 하며, "2025 일본 제31회 마스터즈 대동경전에 출품하여 은상 수상을 한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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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45.5 x 37.9cm, Acrylic on canvas |
이 작품도 2024년에 그렸다 한다. 45.5 x 37.9cm 크기에 'Acrylic on canvas' 재료를 썼다.
화가 오정숙은 "정열적인 청춘들의 사랑을 폭포수에 비유해 표현했다"고 했다.
'정열적인 청춘들의 사랑'을 푸른 색 물감으로 그리다니. 차라리 폭포수마저 붉은색 물감으로 칠해 이색적인 사랑을 나타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푸른 이미지는 바다를 닮고, 창공을 닮아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멀리, 더 멀리 향하게 만든다.
또한, 푸른 빛은 세월과 함께하는 색이기에, 해가 뜨고 질 때, 그 푸른 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푸른 빛은 변하는 듯 변하지 않는, 깊이와 초연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래서 화가 오정숙은 푸른 색처럼, 시작과 끝, 꿈과 현실,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여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고독과 두려움, 쓸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늘 곁에 두고 가까이 하고 싶은 여인, 오정숙 화가. KBS대전 방송국 제2전시실에서 세번 만난 여인 화가 오정숙.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의 미묘한 추상화가 그렇게 끌리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추상화는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학하던 김환기(金煥基), 유영국(劉永國), 이규상(李揆祥) 등 극소수의 청년 미술학도들에 의해 시작된 이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전후 1세대 청년 작가들이 주도한 앵포르멜 미술에 이르러 현대미술의 주류가 되었다고 전해져 오지만, 앞으로는 오정숙 추상화 화가로 하여금 그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것도 필자의 소망만은 아닐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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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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