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AI 시대, 과학 영재를 키우는 새 판을 짜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AI 시대, 과학 영재를 키우는 새 판을 짜야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5-06-23 09:54
  • 신문게재 2025-06-2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양성광 원장
양성광 원장
요즘 식자층 사이에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력 상승세가 무섭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의 AI 스타트업 DeepSeek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더니 최근에는 중국 AI 로봇과 로보택시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인 테슬라와 견줄만하다는 분석 기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더욱 무서운 것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연구 역량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 2025' 순위에서 중국 대학·연구기관은 중국과학원 1위를 포함해 상위 10위 안에 8곳이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과학 굴기는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4승 1패로 이겨 AI 신드롬이 일던 2016년 이후 본격 궤도에 올랐다.



도대체 지난 10년간 중국과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중국의 과학 정책은 R&D 투자 대폭 확대, 반도체·AI·로봇·양자기술 등 핵심 산업 및 전략기술 집중 육성, 기초과학 투자 확대 등 외견상으로 우리의 정책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와 비슷해 보이는 정책이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중국은 공산당 1당 지배 체제로 정책을 오랫동안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10년간 4번째 정부가 들어설 만큼 정치가 불안하여 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

양국 과학 정책의 효과가 차이 나는 또 다른, 어쩌면 근본 원인은 과학 영재를 대하는 사회적 시각차와 한국 학생들의 의대 진학 선호 경향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과학자가 가장 선망의 대상이던, 서울대 물리학과의 합격점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각지의 의과대학이 서울대 공대보다 먼저 정원을 채우는 의대 쏠림 현상이 있을 정도다. 최상위권 학생이 공대를 선택하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볼 정도이니 지적 호기심이 높은 과학 영재마저도 적성과 무관하게 의대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 계열을 졸업해 박사, 포스닥 후에도 취업을 못 하는 청년이 지천인 세상이다. 요행히 30줄에 대기업에 취업한다 해도 50대 중반에 얼마의 명퇴금을 받고 내쫓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에 의사는 의대 입학 정원 문제로 수급이 어려워 거의 100% 취업하고, 정년이 따로 없으며 연봉도 훨씬 많다. 나라도 자식의 성적이 되면 의대에 진학하라고 하지 않겠는가.



중국과 한국의 과학 인재 육성 정책의 가장 큰 차이는 엘리트 교육의 수용성 여부이다. 천재는 타고 난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은 이를 철저히 과학 인재 양성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12~15세의 수학·과학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명문대에서 대학 수준으로 집중교육을 시킨다. 잘하면 고등학교를 거치지 않고 대학에 조기 입학할 수도 있다.

한국도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학교 내 수학·과학 심화학습 또는 주말·방학 수업이라 한계가 있다. 과학고등학교, 과학영재학교도 운영하고 있으나, 일반 입시 과정을 거쳐야 대학에 진학하므로 과학 영재 특화 교육이 어렵고, 결국 의대에 진학하는 루트로 많이 활용된다.

20여 년 된 이 낡은 정책으로는 AI 시대, 14억 인구와 강력한 정책으로 과학 천재를 찍어내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 중국의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는 고교를 건너뛰고 바로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받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스펙 쌓기 방지 명분 아래 수상 실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국 과학 영재 육성 정책의 백미는 대학에 조기 입학한 학생들이 사회적·심리적 부적응 문제를 겪지 않도록 또래 영재끼리의 집단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한국도 과거 소년 과학 천재가 대학 조기 입학을 시도했으나 제도적 한계로 좌절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새로운 과학 영재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거인 사이에서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는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 영재에 달려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들을 육성하는 새판, 새 틀을 짜야 한다./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일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등록...경쟁구도 눈길
  2. "설 연휴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 휴무일 확인하고 가세요"
  3. 충남교육청 "설 명절 주차, 걱정마세요" 도내 교육기관 주차장 무료 개방
  4. 설 귀성길… ACC 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 주시 태만 ’
  5.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1.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이 준비한 설 연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2. 세종시의원 선거, '지역구 18석·비례 2석' 확정
  3. 백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전국 8개 시·도 임용고시 수석·차석 등 합격자 배출
  4.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5.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설 앞두고 전통시장 민생 행보

헤드라인 뉴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1992년 2월 4일 설날, 대전 원도심의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OTT도,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절, 명절 연휴 극장은 시민들에게 최고의 오락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본보(중도일보)에 실린 빼곡한 극장 광고는 그때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 홍콩 액션과 할리우드 대작의 격돌 광고의 중심에는 당시 극장가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액션물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홍콩연자(香港燕子)'는 당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대변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공략했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위세도 대..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친필 서간문집이 복원된다. 한국전쟁 이후 발견됐던 이 서간문집은 교육과 외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다. 16일 배재대에 따르면,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이 국가기록원 복원 사업에 선정됐다. 서간문집은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인정받아 국가기록원의 보존 처리, 정밀 스캔으로 디지털 파일로 복원돼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된다. 1005쪽에 달하는 서간문집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H. G. Appenzeller, 1858-19..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2026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의 골든타임 한해가 다시 시작됐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지나 2월 17일 설날을 맞이하면서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쪽 행복도시'로 남느냐,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나아가느냐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현실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대의 실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단적인 예로 4년째 인구 39만 벽에 갇히며 2030년 완성기의 50만(신도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중도일보는 올 한해 1~4분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현안과 일정을 정리하며, 행정수도 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