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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교수 |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 수준은 매우 낮다. 조사에 참여한 여러 나라 중에서 수년 동안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꼴찌를 차지했는데, 최근 들어 꼴찌를 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뒤에서 손을 꼽는 것이 더 빠른 최하위 그룹 신세다. 올해 조사 대상 48개 국가 중 뉴스 신뢰도 부분에서 37위를 차지했다. 현존 권력의 부당과 불합리를 일관성 있게 비판한 한 공영방송사의 올해 신뢰도는 61%인데,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가장 높다. 수년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을뿐더러 작년 대비 더 상승했다. 반면 권력에 아부한 자가 수장으로 왔다고 평가받는 다른 대표 공영방송사의 뉴스 신뢰도는 48%로 작년보다 더 떨어졌다. 공민영 9개 방송사 중 6위에 불과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NHK의 신뢰도는 54%로 신문과 방송을 불문하고 일본에서 가장 높다. 영국의 대표 공영방송 BBC의 신뢰도는 60%, 역시 영국의 조사 대상 언론 중 1위다. 한국인들이 뉴스 미디어와 공영방송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증표로 읽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뉴스에 관심이 있다'는 한국인은 21%인데 46개 나라 평균 40%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역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한국인의 경우 30%, 세계 46개 나라 평균은 17%였다. 한국인들은 지역 뉴스 중에서 교통이나 날씨 등 지역 정보, 범죄와 사건·사고 등 지역 뉴스, 지역 문화행사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46개 나라 국민은 평균적으로 '지역 정치'와 '지역 뉴스'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더 눈여겨봐야 할 지표가 있다.
지역 신문의 뉴스 신뢰도는 39%로 조사 대상 언론 중 꼴찌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이나 영국의 지역신문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의 지역신문 신뢰도는 47%인데 NHK, 닛께이(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이어 신뢰도 3위다. 지역신문 불신도는 13%로 일본 여러 매체 중 가장 낮다. 영국의 경우에도 지역신문 뉴스 신뢰도는 51%로 조사 대상 언론 중 4위였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가디언과 동률이며 더 타임즈나 인디펜던트 신문보다 더 높다.
지역 뉴스 관심도가 크지 않고 지역 신문에 대한 신뢰도도 낮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은 주로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을 통해 지역 뉴스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은 지역의 정치 정보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다. 서울에서 발행·방송되는 수도권 중심 전국 미디어가 세세한 지역의 정치 정보를 제대로 공급하기 어렵다. 지역신문 등의 뉴스 신뢰도를 제고하는 숙제를 차근차근 그리고 근원적으로 풀어야 하는 한편, 지역의 언론매체가 갖가지 내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을 비롯한 지역 정보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새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언론의 콘텐츠 생산에 대한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연간 85억여 원의 지역신문 발전 기금, 연간 50억여 원 내외의 지역방송 지원 예산으로는 지역 언론을 살릴 수 없다. 연 1조 3천~5천억여 원에 이르는 정부 광고를 대행하여 조성하는 언론진흥 기금이나 방송사의 부담 등으로 조성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중 실질적인 상당액을 지역 언론의 지역 정보 생산에 할애해야 한다. 현행 지원액보다 3배 또는 5배는 되어야 쓸모가 있다. 이유는 명료하다. 지역민들은 자기 지역의 뉴스 정보, 특히 지역 정치 정보 등을 자기 지역의 언론을 통해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지역 언론에 대한 재정 지원의 원칙도 분명하다. 지역 언론의 사주나 경영진에 대한 지원은 안 된다. 지역 언론에 대한 현금성 지원도 안 된다. 오로지 지역방송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지역신문이 사주나 지자체, 광고주 등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때, 그때 지역 언론에 대한 재정 지원은 정당하고 절실하다. 열흘 전 개최된 충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확인하였듯이, 그런 자격이 충분한 훌륭한 언론인들이 우리 지역에 가득하다./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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