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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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 승인 2025-08-05 11:21
  • 신문게재 2025-08-0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습니다."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에 담긴 이 말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함축한 핵심 메시지였다. 그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조차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과 평화의 경계에 놓여 있다. 북핵 위협은 상존하고, 국제 정세는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군사력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력 기반 위에 실용 외교와 대화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전쟁 억지와 평화 유지라는 이중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 실제로 그는 취임 직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단절됐던 남북 군 통신선을 복원했으며, 9·19 군사합의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두 한반도의 불필요한 긴장을 줄이려는 조치들이다. 그는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단지 이상주의적 발언이 아니라, 전쟁의 비용과 위험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지도자의 전략적 결단이다. 전쟁은 단 한 번의 충돌로 수십 년의 번영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평화는 다소의 비용을 들여 유지하더라도 그 대가는 안정과 희망이다. 실용주의 외교도 정책의 핵심축이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균형을 꾀하는 다자외교를 병행함으로써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남북 간 비정치적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개별 관광 재개 검토, 문화·체육 분야의 접촉 확대 등은 인간 중심 접근의 일환이다. 탈북민 정착 지원,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도 함께 추진되며, 갈등보다는 공존의 해법을 강조한다. 물론 북한의 반응은 차갑다. 최근 김여정 부부장은 남측의 제안에 "흥미 없다"라고 일축했지만, 정부는 조급하지 않게 대화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평화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음을 안다. 그것은 정치적 용기와 외교적 상상력,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바로 그런 평화를 위한 다짐이다.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평화의 비용은, 내일의 전쟁을 막는 가장 값진 투자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구호를 넘어 국가의 운영 철학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한반도는 전쟁 없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평화를 위한 전략적 전환이 중요한가? 그 이유는 단지 이상을 지향하기 때문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수차례 위기 국면이 있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2015년 지뢰 도발과 확성기 재개 사태, 2020년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이 그 예다. 이런 사태는 한순간에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뇌관이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에도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황을 관리해왔고, 그때마다 국민은 안정된 삶을 원했다.

이제 국민이 원하는 안보는 단순한 무장이나 군사적 대응이 아니다. 위협을 예방하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동적 평화 능력'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바로 이 '전략적 평화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화는 정부 혼자 만들 수 없다.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공감대가 동반되어야 비로소 힘을 갖는다. 야당의 협조와 국회 차원의 초당적 합의도 필요하다.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려 왔다. 이제는 정권의 유불리를 떠나, 지속할 수 있고 일관된 평화 프레임이 절실하다.

특히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 분단 상태가 굳어진 현재를 당연시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들에게 불안과 위험을 유산으로 물려주게 된다. 지금의 선택은 단지 현재의 정책이 아니라, 후대를 위한 역사적 책임이기도 하다.

"싸울 필요 없는 평화"는 외교와 안보, 국민 의식 모두에서 준비되어야 가능한 비전이다. 평화는 타협이 아니라 전략이며, 현실이 되어야 할 국가의 가치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평화는 정치적 성과 이전에 국민의 삶 그 자체다. 비싼 평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다면, 그 대가는 결코 비싸지 않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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