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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디지털융합제어과 교수 |
산업안전보건 분야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작업 현장의 센서, CCTV, 드론,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가스, 화재, 구조물 진동 등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인공지능(AI) 분석을 거쳐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근로자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지켜내는 예측형 안전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보안·AI 기업이 개발한 비전 AI 기반 '가디언-알파' 시스템은 근로자의 안전모·보호구 착용 여부를 실시간 감지하고, 위험 구역 출입이나 불안전한 행동을 즉시 경고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시멘트·제조업체에서는 안전장비 착용률이 크게 높아지고, 경미한 사고 발생률이 6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 전략에 발맞춰 산재예방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공단은 ▲국민 편의 중심의 산재예방 허브 구축 ▲AI·데이터 기반 사업 추진 ▲민관 협력을 통한 성장 ▲안전한 서비스 환경 조성 등 4대 전략과 24개 세부 과제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특히 50여 종에 달하는 산재예방 지원 시스템을 통합한 '산재예방 종합 포털'을 구축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위험 사업장을 빅데이터와 AI로 예측·분석하고, 실시간 안전 대책을 제시하는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와 국민 체감형 예방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산업안전 분야에서의 빅데이터와 AI 활용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체계적 연구와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정제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이제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할 수 없다. AI와 빅데이터는 사고를 예방하고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산업안전을 혁신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현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디지털융합제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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