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정식 이름은 'Reading Between the Lines(줄 사이를 읽다)'. 2011년, 벨기에 건축가 Pieterjan Gijs(피터얀 히스)와 Arnout Van Vaerenbergh(아르나우트 반 바렌베르흐)가 설계했다. 100개의 코르텐강 층으로 쌓아 올려 만든 이 건축물은 각 층 사이로 빛과 풍경이 스며들며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어느 각도에서는 실체 있는 교회처럼 보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완전히 투명하게 사라지는 듯해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자연과 예술, 영성이 만나는 명상의 공간으로, 도시의 분주함을 벗어난 이들에게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특히 과수원과 푸른 들판으로 유명한 보르글롱의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자전거나 도보로 찾아가기에도 이상적이다. 현지 사이클 루트에도 포함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작은 모험 같은 즐거움을 준다.
플랜더스 지역 자체가 매혹적인 여행지다. 겐트의 코 모양 사탕 '쿠버돈', 세계문화유산 도시 브뤼헤의 종탑, 림부르크 호수의 수상 자전거길,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공장과 맥주 양조장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여행길에 벨기에 와플과 초콜릿은 물론, 프렌치 프라이를 곁들인 홍합탕이나 아스파라거스 요리도 꼭 맛봐야 할 별미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눈앞을 가득 채운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투명한 교회의 벽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두 사람을 감싼다. 마치 순간마다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림자처럼, 사랑의 모습도 빛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웨딩 사진 촬영을 넘어, 교회와 자연, 그리고 빛이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교회의 모습이 각도와 순간에 따라 변하듯, 신랑 신부의 실루엣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듯, 그들의 사랑 또한 특별한 방식으로 영원히 기록된다.
자연과 빛이 축복처럼 함께하는 이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웨딩의 한 장면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베이죠 소랑쥬 명예기자(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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