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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아시아세팍타크로협회 부회장. |
중앙회원종목단체는 대기업 후원이나 올림픽 종목이라는 지위를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축구·야구·태권도와 같은 인기종목은 기업 후원이 줄을 잇고, 중앙회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출된다. 그리고 비인기 종목이라 해도 중앙회장이 공석인 경우는 드물다. 대한체육회 산하 중앙단체는 관리단체 전락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반은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 단위, 더 내려가 시·군·구 단위로 들어가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인기종목은 지역 인사들이 경쟁하며 회장을 맡으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은 회장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리단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이름만 빌려 회장을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기초 단위가 이렇게 불안정하다 보니 종목의 지속성과 선수 육성까지 위협받는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전무이사다. 전무이사는 대회 준비, 행정 처리, 선수 관리 등 종목 운영의 실무를 사실상 전담한다. 생계와 종목 활동을 병행하며, 체육 외의 잡무까지 도맡는다. 이름은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미 사라졌을 종목도 많았을 것이다. 회장의 리더십과 전무이사의 헌신이 맞물려야 단체가 굴러가는 것이 오늘날 지역 종목단체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과거 비인기 종목의 회장 수급 문제를 이유로 시·도 및 시·군·구 경기종목단체 회장의 연임 제한을 완화하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특정 인물이 장기간 권력을 쥘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식은 체육계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해칠 뿐이었다. 결국 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 단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일부 시·도에서는 종목단체에 연간 일정액의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전무이사에게 상식 수준의 활동비, 행정 보조 인력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지역은 전국체전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 발굴과 종목 활성화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쓴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 환경이 마련되면서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회장의 개인 주머니가 아니라 공공 자원을 기반으로 종목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전국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회장은 단순히 이름만 올려놓는 자리가 아니라, 종목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리로 거듭날 수 있다. 전무이사 또한 체육 현장을 떠받치는 숨은 주역으로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체육회와 그 산하 단체들은 시민들의 건강과 체육활동을 책임지는 공공조직이다. 회장 개인의 후원조직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를 위한 체육공동체다. 지방정부는 이들을 단순한 민간조직이 아닌 건전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보이지 않는 현장의 노력까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방체육회 역시 공공성을 분명히 하고 이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또한 지방경기단체들 스스로도 종목의 필요성과 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이 드러날 때, 지역 체육은 더 많은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시·도와 시·군·구 경기종목단체는 단순한 보조 조직이 아니다. 이들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잇는 다리이자, 지역 체육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만약 이들이 흔들린다면 지역 체육의 뿌리가 약해지고, 국가 체육의 미래 역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 노고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곧 지역 체육을 살리고 국가 체육을 굳건히 세우는 길이다./오주영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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