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사의 정치 참여, 교육의 본질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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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사의 정치 참여, 교육의 본질을 묻는다

김영진/대전연구원 원장, 법학박사

  • 승인 2025-10-03 20: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9월 29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사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입법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교단이 정치화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교사 역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교사의 정치 참여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는다.



첫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매우 크다. 교육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단연 '정치적 중립성'이다. 학교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곳에서 교사는 특정 이념이나 정당을 대변하는 정치적 확성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돕는 안내자여야 한다. 만약 교사가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한다면, 그 영향력은 교실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절대적인 영향을 주며, 이는 교육의 탈을 쓴 '정치적 세뇌'로 변질될 위험이 다분하다.

둘째, 교실이 이념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교사의 정치색이 교실로 유입되는 순간, 교실은 더 이상 안전한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교사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학생, 혹은 그런 가정의 학생들은 위축감을 느끼고 자유로운 의견 표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는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나아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지지 정당이나 이념에 따라 편이 갈리며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이 조장될 수 있다. 학교가 우리 사회의 극심한 정치 갈등을 재현하는 축소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교육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질 것이다. 학부모는 교사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졌든지 모든 학생을 공정하게 대하고 가르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그러나 교사가 정치 활동의 주체로 나서면 이 믿음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 아이의 담임이 특정 정당의 당원이라면?', '성적 평가에 정치적 신념이 반영되지는 않을까?'와 같은 불안감은 교육 현장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교육 공동체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교원 채용이나 승진 등 학교 행정 전반이 정치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교사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무조건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단에 서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적 책임감은 때로 개인의 자유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판사나 군인 등 다른 공직자에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소개하고 민주주의 원리를 가르치는 '정치 교육'과, 교사가 특정 입장을 지지하고 활동하는 '정치 참여'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편향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대원칙으로 지켜져야 한다. 교사의 정치 참여 허용 논의는 바로 이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방향에서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영진/대전연구원 원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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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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