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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정인 고지도(대동여지도) |
유 교수가 부여군과 첫 인연은 2006년 외산면 반교리에 유홍준 교수가 휴휴당을 짓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인연을 계기로 부여군과 유 교수는 2009년부터 매년 두 차례 이상 '유홍준과 함께하는 부여 답사'를 이어오며, 올해 봄까지 모두 56회의 답사를 진행했다. 부여의 역사와 예술, 백제의 정신을 함께 걸으며 지역민과 문화유산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셈이다.
본격적인 교류의 전환점은 2016년 6월 24일에 체결된 협약이었다. 협약의 취지는 '유홍준 교수가 소장한 유물을 부여군에 기증하고, 이를 통해 군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것이었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매년 기증 유물전이 열리기 시작했고, 올해로 어느덧 열두 번째 전시를 맞는다.
유홍준 교수가 부여군에 기증한 작품은 백제와 부여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을 비롯해 조선백자, 민속 미술품 등 총 865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한국화의 대가 운보 김기창, 고암 이응노, 남농 허건, 취봉 김종원, 소송 김정현, 현암 정성원, 두산 정술원 등 국내 대표 화가들의 작품과, 현대화가 이종구와 이호신의 <낙화암>과 <백마강>도 포함되어 있다. 부여 출신 서화가 우당 유창환, 일창 유치웅 부자, 백하 김기승, 원곡 김기승의 서예 작품 역시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뿐만 아니라 산동 오태학, 운정 김종필, 김인중 신부의 회화 작품과 백자 달항아리, 조선시대 순백자 문방구, 도예가 한익환·김익영·박영숙의 도자 작품, 팔도반닫이와 생활 민속품, 고건축 현판 등 다양한 예술품이 함께 기증되어 전시의 폭을 넓혔다. 지난 10년간 이들 유물의 감정가만 해도 약 27억 원에 달하며, 부여군은 이를 토대로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시 개막식에서는 유홍준 교수에게 감사패가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제12회 전시의 주제는 '<대동여지도 읽기> - 고지도에서 배운다'이다. 전시회에는 조선의 위대한 지도 제작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조선과 서양의 고지도, 천문도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구성된 목판본 화첩으로, 이어 붙이면 높이 6.7미터, 폭 4미터에 달하는 장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밀 복사본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이 그 웅장한 스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본 《동여도》 복사본, 조선시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혼천전도》, 15~19세기 서양 고지도, 1900년 영국 군함 사마랑호가 측량해 제작한 《한국 다도해 지도》 등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한국 다도해 지도》는 제국주의 시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희귀 자료로,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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