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순신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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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순신의 상상력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11-06 11: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초등학교 문턱만 오갔어도 '임진왜란'은 다 알듯하다. 임진왜란하면 우선적으로 거짓과 안일, 상상력의 빈곤, 일본의 대륙침략야욕, 전쟁의 참상, 쇠락한 국력, 무기력한 국방력, 영웅의 등장, 백전백승의 전략, 무기력한 통치자 등이 떠오른다.

송규봉 저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에 의하면 당시 일본은 전 세계 최대의 조총 생산국이 되어 한반도 복속과 중국대륙 장악에 눈독 들인다. 1566년 30만 정 이상의 조총이 보급되었으며, 오다 노부나가의 조총 연속발사기술 확보 시점이 유럽에 비해 30년 정도 앞선다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0년 일본통일 후 국내 불만 해소와 영토 확장을 위해 조선 침략을 계획한다.

조선은 연산군 이후 명종대에 이르는 4대 사화와 훈구파와 사림의 대립, 선조 이후의 격화된 당쟁으로 정상적 정치 수행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대륙침략의 망상에 사로잡힌 일본이 통신사 파견을 요청해 왔다. 그런 와중에 정여립의 난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590년 3월에 정사 황윤길(黃允吉), 부사 김성일(金誠一), 서장관 허성(許筬)으로 구성된 통신사가 서울을 출발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답서 내용이 오만불손하여 부사 김성일이 여러 군데 고친다. <한민족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정사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兵船)을 준비하고 있어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며, 도요토미의 안광이 빛나고 담략이 있어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부사 김성일은 침입할 정형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도요토미는 사람됨이 쥐새끼 눈(鼠目)이라 두려워할 것이 없다 하였다. 심지어 김성일과 파당이 같은 서장관 허성이나 수행했던 황진(黃進)마저 정사 황윤길의 말이 옳다 하였다. 단지 상대당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로 보고한 김성일의 말이 거짓이란 뜻이다. 오늘날 정치판과 같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자당사람만 강변하고, 안일했던 조관들이 김성일의 말을 쫓았다. 심지어 성을 쌓는 등 방비하던 것 마저 중단시켰으며, 일본의 발병(發兵)이 확실하다고 보고한 선위사 오억령(吳億齡)은 파직시키기도 했다. 거짓이 횡행하면 나라는 망한다.

침략한 군사력은 육군 정규 병력이 15만 8,700명이었으며, 수군 9,000명, 후방 경비에 1만 2,000명이 투입되었다. 전투병 외에도 많은 병력이 출동하여 전체 병력이 20여만 명에 이르렀다. 1592년 4월 14일 오후 5시 700여척 병선에 나눠 탄 고니시가의 제1번대가 부산 앞바다에 도착하여 부산포에 침입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연전연패로 위기에 처하자 선조는 15번이나 선위(禪位)를 발표한다.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책임감은 없다. 도망가기 바빴다. 4월 29일 충주 패보가 전해지자 왕자는 분산시켜 피난토록 하고 늦은 밤 본인도 도성을 떠난다. 왕이 한양을 떠나자, 노비문서를 맡고 있던 장례원과 형조에 난민이 불 지른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세 궁궐이 모두 불타 없어진다. 5월 2일 고니시 군이, 3일 가토 군이 한양에 당도한다. 한강, 동성 수비대는 싸워보지도 않고 퇴각한다. 20여 일 만에 한양이 함락된 것이다. 저 살 궁리만 하는 무능한 통치자는 나라와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다.

관군의 무능으로 전 국토가 일본군에 짓밟힐 때, 동족을 구하고 향리를 지키기 위한 의병이 나라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때 영규(靈圭), 휴정(休靜), 처영(處英), 유정(惟政), 의엄(義嚴) 등 많은 승군도 함께 한다. 사후에 일어난 것이 아쉽지만, 침략자 분쇄에 크게 기여하였다. 예견하고 준비했다면, 나라의 패망을 막거나 수호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방관자의 책임이다.

이여송(李如松), 진린(陳璘)의 부대 등 명나라의 도움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에 소개한 일이 있다. 홍순언(洪純彦)이란 역관 한사람 바른 처세로 명나라 부시랑 석성(石星)의 도움이 있어, 원군이 성사되었다. 외교 없는 자주국방은 없는 것이다.

임진왜란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다. 천명도 안 되는 군사와 50척도 안 되는 함대로 40만 대군과 1,300여 척 일본 함대와 맞서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승리한 백전백승의 명장이다. 우리는 지금도 총(銃砲, 뎃뽀) 없이 달려드는 무모한 사람을 무뎃뽀(無銃砲)라 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엔 총이 없었다. 단호한 결의와 위용이 있었다. 장군이 두 자루 칼에 새긴 명문이다. '석 자의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왜적의 피가 강산을 물들이리라.(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오합지졸의 수군을 일당백의 강한 부대로 만든다. 거북선을 제작한 상상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에겐 조선의 산하 모두가 무기였다.

승전의 백미는 명량해전이다. 120명의 빈약한 병력과 13척의 배로 133척 전선의 일본군과 싸워 31척의 배를 격파하였다. 가장 열악한 군사력으로 강장 크게 이긴 전투다. 싸우기 앞서 필승의 의지를 새겨준 말이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必死則生 必生則死)이다. 울돌목 조류를 세심하게 읽은 상상력도 한 몫 했다. 노량해전에선 죽은 이순신이 산 왜군을 물리쳤다는 말이 전한다.

극단적 절망 상황이 극적인 상상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절망은 상황의 인식 차이에서 온다. 지금이 그런 극단적 상황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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