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의회, 대형 공모사업 왜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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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의회, 대형 공모사업 왜 막았나?

군민이 기다린 예산 앞에서, 두 의원의 주장은 이유도 근거도 없었다

  • 승인 2025-11-20 11:26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산청 랜드마크형 산림관광정원 조성사업
산청 랜드마크형 산림관광정원 조성사업<제공=산청군>
경남 산청군이 어렵게 이어온 대형 공모사업이 군의회 일부 의원의 반대로 멈춰 섰다.

지역은 인구 감소와 읍 공동화로 한계 상황에 놓여 있고, 행정은 부서 간 이관까지 감수하며 예산을 살리려 애썼지만, 정작 의회는 명확한 이유도 근거도 없는 보류를 선택했다.



본지 기자가 두 의원과의 통화에서 드러난 내용은 군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뿐이었다.

둔철산 306억 인공정원 사업은 기재부가 '환경 등급 불리·전국 유사시설 과다·수요 예측 신뢰성 부족'으로 이미 76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산림과도 "도저히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내려놓았고, 관광진흥과가 예산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9월 꽃봉산을 대상으로 다시 추진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의회는 이 시점부터 "꽃봉산은 안 된다"는 이유로 사업을 보류했다.

문제는, 이 '안 되는 이유'가 통화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의원 모두 꽃봉산 사업 보류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영국 의원은 꽃봉산 보존 가치가 "1000억"이라고 주장했지만, 출처·자료·근거를 묻자 "내가 듣는 거다", "내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군청뿐 아니라 어떤 공식 자료에도 이런 평가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 반대가 "70~80%"라는 주장 역시 조사나 근거가 없었다.

이 의원은 비율 산정 근거를 묻자 "내가 들은 여론이고, 내가 생각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즉, 여론조사도 민원 집계도 아닌 개인적 생각에 불과했다.

김남순 의원은 "나는 반대한 게 아니라 장소만 문제 삼은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장소를 바꿀 수 있는지 묻자 "그건 내가 모른다.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사업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장소 변경을 이유로 보류한 셈이다.

두 의원은 각각 환아정, 정광뜰, 수계정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지만, 그 장소들이 사업 요건에 부합하는지, 이미 진행 중인 구조와 맞는지, 행정이 법적·절차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없었다.

통화에서도 가능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한 것임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의회가 사업 추진 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통화에서 두 의원 모두 "진행 과정을 몰랐다", "설명을 충분히 못 들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업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보류를 결정한 셈이다.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통화에서 "지금이 의회 승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인데 왜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이 '안 된다'고만 하니 행정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행정 내부조차 두 의원의 태도에 타당성을 찾지 못했다.

산청은 인구 감소, 읍 공동화, 북부 지역 붕괴, 청년 유출 등 지역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이어온 공모사업을 사실상 멈춰 세운 결정은 군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꽃봉산이 아니다.

군민의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할 의회가, 공적 예산을 받아올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유 없는 보류로 길을 막았다는 점이다.

산청은 지금 스스로 기회를 잃고 있으며, 그 고통은 오롯이 군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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