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없어 도서관 인정 못받은 대전 작은도서관…50곳 중 44곳 '유령화'

  • 정치/행정
  • 대전

사서 없어 도서관 인정 못받은 대전 작은도서관…50곳 중 44곳 '유령화'

대전 작은도서관 휴·폐관율 9.5%로 전국 1위
5개구 50곳 중 사서 갖춘 작은도서관 6곳 뿐
대덕구 사서원없는 작은도서관 제외해 '방치'

  • 승인 2025-12-09 16:59
  • 신문게재 2025-12-10 2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5020401000262800009811
대전 서구 한 독립서점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최화진 기자
대전의 작은도서관이 관련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도서관법 개정으로 사서(司書) 배치 기준이 강화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작 이를 맞출 인력·예산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자치구에서는 공립 작은도서관이 운영은 되지만 등록되지 못한 '유령 도서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전의 작은도서관 폐관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 같은 구조적 관리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작은도서관은 전체 221곳 가운데 21곳이 문을 닫아 폐관률 9.5%로 전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4.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도서관법 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도서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립 작은도서관에도 전담 사서 1명을 반드시 배치해야 등록할 수 있게 됐으며, 이 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적용됐다.

법 개정 시점부터 시행까지 2년 가까운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대전시는 사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결국 공립 작은도서관을 사서 배치 여부에 따라 '등록'과 '미등록'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전 전체 공립 작은도서관 50곳 가운데 등록된 곳은 6곳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별로 보면, 동구는 등록 1곳·미등록 1곳, 유성구는 등록 1곳·미등록 9곳이다. 중구는 공립 작은도서관 16곳이 모두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해 전면 미등록으로 판정받았고, 서구 역시 4곳 모두 미등록으로 분류됐다.

특히 대덕구의 상황은 심각성이 더 크다. 18곳의 공립 작은도서관 가운데 사서 기준을 충족한 곳은 4곳뿐이며, 나머지 14곳은 사서를 확보하지 못하자 미등록 절차조차 밟지 않고 아예 도서관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 때문에 14곳은 운영 중임에도 문체부의 운영 통계에 잡히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휴·폐관으로 분류돼 대전의 폐관률 전국 1위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 됐다.

미등록 상태는 단순한 행정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문체부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공모사업 선정에서도 제외된다. 도서관 정책평가 대상에서도 빠져 우수기관 선정과 인센티브 확보도 불가능하다. 즉, 등록 실패는 곧 예산·평가·지원 전반에서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공공서비스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44곳의 대량 미등록 시설은 이 사각지대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럼에도 시는 긴축재정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의 작은도서관 운영 사업비는 2023년 4억 5400만 원에서 2024년 4억 4400만 원으로 소폭 줄었고, 내년 예산안은 4억 원으로 더 삭감됐다. 법은 강화됐지만 인력과 예산은 뒷받침되지 않는 모순이 시민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주민 학습·돌봄·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생활밀착형 공간이다. 대전 곳곳에서 등록조차 하지 못한 채 유령 도서관으로 남아 있는 시설이 늘어나는 지금, 시와 구의 대응 부재는 지역 문화 기반 전반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서 인력을 추가한다는 것이 단순히 예산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4.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5.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1.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2.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