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알프스 설산의 영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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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알프스 설산의 영봉들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12-24 12:5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창밖이 흐릿하다.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고 했지만, 눈이 올 것 같아 창문을 열었다. 비가 온다. 친구에게 차 한잔하자고 문자 보냈다가 퇴짜 맞은 기분이다. 겨울이 되면 눈 내리는 거리를 걷고 싶은 건 나만 그럴까.

몇 해 전 12월 유럽 5개국을 여행하던 중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면서 차창으로 보이던 설경이 생각난다.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은 알프스 양쪽으로 펼쳐진 산맥 사이의 계곡에 위치한 해발 1,035m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로서 이탈리아, 스위스와 국경지대에 있다.

우리 일행은 그날 아침 일찍 샤모니에 도착하여 알프스 영봉 에귀디미디 전망대(Aiguille du Midi. 3842m)로 가는 케이블카에 탑승,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시야에 펼쳐진 설경 몽블랑(Mont Blanc. 44,810m)을 구경했다. 그리고 하산하여 샤모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샤모니몽블랑을 출발,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그곳을 여행한 지 오래됐지만, 이젠 무엇보다도 체력이 안 돼서 엄두를 못 내다보니 더욱 그립다. 광활한 순백의 설경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그날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을 뚫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11.6km의 자동차 전용 터널, 몽블랑 터널(Tunnel du Mont-Blanc)을 통과했다.

눈이 쌓여 새하얗고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달리는데 차창으로 멀리 알프스 설산의 영봉들이 자아내는 설경이 장관이었다. 차내 CD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성악가가 부른 '카루소 Caruso'였다. 마치 드넓은 설산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흰 눈 덮인 설국을 지나는 것처럼 눈 속을 통과하면서 듣던 노래 '카루소 Caruso', 나는 지금도 음악 연주회에서 간혹 테너 노래를 듣고 있다가 무심코 그때 듣던 '카루소' 노래를 연상할 정도로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것도 그 당시 장엄했던 설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올해 2월 강원도 원주에 갔던 때가 생각났다. 지인 문학회에서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으로 문학기행을 간다기에 따라갔는데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그날 눈이 왔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곁들여 들렀던 원주 <섬강 자작나무 숲 둘레길>도 새하얗게 눈에 덮여있었다.

대한민국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작가는 경남 통영 출생으로, 문학공원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평사리 마당, 홍이 동산, 용두레 벌을 테마로 꾸며져 있다. 2010년 박경리 문학공원 내 개관한 '박경리 문학의 집'은 3층으로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영상자료도 상영한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원주의 명소이자 전 세계인이 찾는 문학의 장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원주는 처음 방문하는 도시로 나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2월인데도 눈이 내려 더욱 새로웠다. 추워서 옷깃을 여미곤 했지만,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아주 상쾌했다.

점심 식사 후, 우리 일행은 <섬강 자작나무 숲 둘레길>을 걸었다. 원주 유일의 섬강 자작나무 둘레길이다.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에 위치한 산책길로 2022년 1월에 정식으로 개방하였다.(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둘레길은 칠봉체육공원에서 시작하여 총거리 4km, 소요 시간은 대략 80분 정도. 초입의 데크 길과 중간중간 벤치 등 휴게공간을 조성한 명품 둘레길로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좋다고 한다. 특히 데크 길 옆으로 넓은 섬강이 흐르고 있어서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듯 상쾌했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다.

겨우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알프스 설산의 영봉들도 겹쳐 보인다. 2026년에는 체력 단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한다.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걷기와 수영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고 싶다. 멀리 갈 수 있도록.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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