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넘어 문화통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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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넘어 문화통합으로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 승인 2026-01-07 17:04
  • 신문게재 2026-01-07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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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최근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방 현안 간담회에서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밝히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 특별법 제정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이제 지방 차원을 넘어 중앙 정치권이 주도하는 국가 전략 사업으로 격상된 셈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민들의 인식과 참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KBS 대전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세종·충남·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2025년 12월 22~28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통합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대전 70%, 충남 72%)고 답했다. 찬반 의견에 있어서는 대체로 찬성 여론이 높았지만, 통합시장 선출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0% 이상이 '충분한 논의 후 별도 선거' 또는 '2030년 지방선거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정치권 중심의 속도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행정통합 논의가 제도적 절차에만 치우칠 경우, 시민 공감대 형성과 정서적 통합 없이 형식적인 결합에 그칠 위험이 크다. 특히 대전과 충남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권과 교육, 언어, 음식 등에서 높은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역 정체성과 문화양식 면에서는 분명한 차이도 존재한다. 대전은 도시화와 산업화를 바탕으로 과학기술·행정 중심지로 발전한 반면, 충남은 농촌과 공업지역이 공존하는 다원적 구조를 가진 지역이다. 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다른 결을 지닌 두 지역이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행정과 경제의 논리를 넘어서는 문화적 통합이 필수다.

문화는 단순한 부속물이 아니다. 지역의 기억과 감성, 삶의 방식이 축적된 정체성의 핵심이다. 정치와 행정이 제도를 설계한다면, 문화는 그 제도 안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문화 없는 통합은 지도 위의 합병일 뿐이며, 시민들이 느끼는 소속감과 공감이 결여된 통합은 쉽게 균열을 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 대전과 충남에 필요한 것은, 제도적 통합만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통합의 여정이다.

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전략도 분명하다. 먼저 두 지역이 공유하는 역사문화 자산을 재해석하고 스토리텔링하여,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제문화, 유교적 전통, 근대 산업 유산은 대전과 충남이 함께 기억하고 전승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 아카이브 구축, 시민 구술사 기록, 지역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사업이 가능하다.

또한 시민 주도의 문화교류 플랫폼과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를 조성해야 한다. 통합을 주제로 한 광역 문화축제, 청년 예술 캠프, 마을 간 문화교류 프로젝트 등은 일상의 문화를 서로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는 축제나 이벤트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문화정책의 연계다. 청소년 세대가 지역통합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통합 지역사를 교육 콘텐츠에 반영하고, 지역 학교와 문화기관이 연계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정체성은 강요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충남은 통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제도적 통합의 가능성만을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깊은 질문이다. 문화는 통합의 시작점이자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민과 함께 숨 쉬는 통합의 방향을 찾는 일이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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