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주거의 안전과 생활의 평온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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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주거의 안전과 생활의 평온은 어디에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P&P 대표변호사

  • 승인 2026-01-11 16:35
  • 신문게재 2026-01-12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철환 변호사
박철환 변호사
최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층간 소음 갈등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비극이 일어났다. 신상도 공개됐다. 층간 소음 살인 피의자 47세 양민준으로, 자신이 사는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윗집 이웃인 7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특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당시 흉기에 찔린 70대 남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몸을 피했고, 관리사무소 문을 안에서 잠궜으나, 양민준은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돌진해 문을 부순 뒤 그에게 다가가 재차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범죄 동기 등을 규명하고 살인 및 특수재물손괴죄로 양민준을 구속기소했다.

천안에서 발생한 이번 층간소음 살인 사건은 개인 간의 갈등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실제 민원과 말다툼이 이어졌고, 관리사무소의 중재와 경찰 신고까지 진행됐지만, 층간소음 갈등으로 촉발된 이웃살해라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 생활 속 불편에서 비롯된 이웃 간 말다툼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구조적인 문제를 따져보면 공공주택의 분양·관리·운영을 책임지는 LH의 대응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사명으로 하는 기관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LH는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를 통합해 출범한 기관이다. 단순한 임대사업자가 아니라 공공의 이름으로 주거 안전과 생활의 평온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LH의 모습은 그 대명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LH 공공임대주택으로,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전부터 반복되는 층간소음 문제로 세대 변경을 요청했지만, 해당 요청은 미온적으로 처리되었다. 관리사무소는 두 집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도 열었는데, 관리사무소 측은 양민준에게 "아파트 꼭대기 층에 공실이 생기면 거주지를 옮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사이 두 차례 경찰 신고까지 이어졌고, 결국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사망 피해자의 유족은 비교적 단기간 내에 다른 단지로 이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전에 충분히 가능했던 조치였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층간소음 분쟁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신속하게 호실 변경이나 임시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내부 절차가 정비돼 있었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의 책임 회피성 대응이다. LH는 "분양 단지"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직접 책임이 아니라며 주택관리공단으로 연락하라고 했고, 주택관리공단은 상황을 파악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후속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의 장례식장에는 기관의 책임 있는 결정권자가 아닌 관리소장만을 보내는 방식 역시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형식적 대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은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사회적 위험 요소다. 공공주택을 운영하는 기관이라면 사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분노뿐만 아니라, 건축방식의 문제 및 제도의 공백과 기관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점에서 LH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말하기 전에, 그 말에 걸맞은 시스템과 책임 있는 행동이 먼저여야 한다.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지금의 층간소음 제도는 사실상 사후확인제에 머물러 있다. 기준을 충족하는 서류만 있으면 입주·분양이 가능하다. 그런데 입주 후 심각한 소음 문제가 드러난다. 층간소음은 더 이상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사회적·국가적 문제로 규정하는 한편 시공사의 책임과 관계 기관들의 대응 체계를 높여야 한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이번 층간소음 살인과 같은 비극은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P&P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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