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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청 내 AI 전문 공직자로 통하는 석명섭 세종시 미래산업과 주무관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
이런 가운데 세종시에선 'AI·데이터 기반 행정혁신'을 이끄는 AI 전문 공직자가 주목받고 있다. 시가 업무 효율화와 민원 서비스 개선, 산업·경제분야의 AI 적용을 모색한다면, 그는 챗GPT를 써보며 직접 터득한 AI 활용법을 강연을 통해 동료들에게 알리고, 동호회를 꾸려 함께 탐구하는 등 AI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중도초대석은 석명섭 세종시 주무관(44·미래산업과)을 만나 AI를 통한 행정혁신의 방향과 기술 도입 현황, 미래 변화를 앞두고 공직자 등 시민이 갖춰야 할 역량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편집자 주>
-세종시의 AI 전문가로 들었다. 어떤 배경과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나.
▲삼성SDS에서 5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년, 천안시청 3년 근무를 거쳐 39세에 처음 세종시로 왔습니다. 기술가치평가와 기술사업화 실무, 과학벨트 기획까지 기술과 행정의 접점에서 계속 일해왔어요. 지난 2022년 11월 30일 챗GPT 오픈 당일부터 본격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을 써봤는데, 석사·박사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 분석 역량이 AI 도구를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직접 써보며 동료분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자체 개발한 부산 사하구 공무원들이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도메인 전문성(자기가 맡은 업무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 경험)이 AI 활용보다 먼저라는 점입니다. 사하구 사례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현장 업무를 깊이 아는 공무원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최근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추진하는 중간관리자 AI 역량 연구에 전문가로 자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AI 역량의 우선순위는 1순위가 도메인 전문성, 그다음이 데이터 리터러시(숫자와 통계 자료를 읽고 해석해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능력), 정책기획력, AI 도구 활용 순입니다.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업무 이해는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세종시에서도 내부 직원들이 자체 개발로 예산을 아끼려는 노력들이 있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분야에서 그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나.
▲지난 2023년부터 '챗GPT 동호회'를 구성해 공직자 26명이 3년째 활동 중입니다. 동호회는 민원 응대 초안, 보고서 요약 등 실무 밀착형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24년엔 마을정원 로고송과 이미지를 AI로 제작했어요.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시 AI혁신 TF에서 영치차량 단속 앱 같은 현장 업무용 도구를 직접 개발해보고 있습니다. 거창한 시스템보다 일상의 반복 피로를 줄이는 작은 자동화가 실제 예산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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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청 내 AI 전문 공직자로 통하는 석명섭 세종시 미래산업과 주무관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
▲세종시의 AI 활용은 이미 500건을 넘어 생활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일상적 혁신에 대해 말씀드리면, 출장보고서가 예전엔 1~2시간 걸렸는데 AI를 쓰면 20분이면 끝나죠. 녹음 파일과 상황 요약을 넣어주면 바로 초안이 나와요. 보도자료도 마찬가지고요. 민원 답변서 작성 시 관계법령 찾기, 전례 검토를 AI에게 시키면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단, AI는 학습한 내용을 알려주는 거지 팩트를 찾아주는 건 아니에요. AI 사용자는 반드시 '팩트체커'가 돼야 합니다.
-시는 지난해 5월부터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하는 AI 기반 업무 지원 서비스를 개발,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전 직원이 홍보를 할 수 있다면, 시정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의 평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입 자체보다 활용 격차 해소가 과제입니다. AI를 적극 활용하는 직원은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올랐지만, 아직 한번도 써보지 않은 분들도 많아요. 경기도 인재개발원의 AI 역량 연구 전문가로 자문했을 때 확인한 바로는, 공무원들이 AI의 중요성은 높게 인식하는데 비해 실제 활용 수준은 그에 못 미칩니다. 기술 도입과 조직 문화 변화 사이엔 시차가 있어요. 리더의 관심과 실습 중심 교육이 병행돼야 전 직원 역량이 올라갈 겁니다.
-세종시가 재정난에 오랜 기간 직면해 있다. AI 활용 가능성을 더욱 높여야 할 것으로 보는데, 전담 조직이나 미래 대응 논의가 있나.
▲최민호 시장님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셨어요.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이자 AI 공공기술 허브 도시로서 변화의 중심에 서야한다"며 퍼스트 앤 패스트(first & fast) 정신으로, 선도하고 빠르게 움직이자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시민에게 낯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허가 같은 행정절차에 AI를 도입해 검토 기간을 줄이자고 주문하셨어요. 세종시가 시범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된 구비서류 제로화(민원인이 증명서를 제출하는 대신 공무원이 직접 확인해 처리하는 제도) 사업에 AI를 접목하면 업무 혁신과 시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리더십 차원에서 방향이 잡힌 만큼, 실무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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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공직자들로 구성된 '챗GPT 동호회' 활동 모습. |
▲세종시청 안에서는 동호회 총무 박미솔 주무관이 살림을 맡아주고, 조영남 주사는 행정부시장 비서로서 AI 활용 아이디어를 현장에 빠르게 연결하는 '포인트맨' 역할을 합니다. 동호회 내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는 '레드팀'도 있어요. 손창원 주무관이 아이디어와 기획을, 김효선 주무관이 음악 생성을, 이다은 주무관이 검증 역할을 맡고 있죠. 김하균 행정부시장님은 뒤에서 큰 그림을 그려주시는 '마이크로프트 홈즈(셜록 홈즈의 형으로, 뒤에서 전략을 짜는 참모 역할의 비유)'같은 분이에요.
시청 밖으론 지난 HRD 콘테스트를 계기로 충남도 인재개발원, 경기도 인재개발원과 교육 협업을 논의 중이고 밀양시, 천안시, 충북도 농산물품질관리원까지 폭넓게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최근엔 세종교육청 평생교육원의 2026년 상반기 정규프로그램 강좌 공모에 '똑똑한 부모를 위한 AI 입문과정'을 제안해 선정됐어요. 일반 시민들의 생성형 인공지능 입문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제도 도입, 연구 노력이 필요한 중점 추진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째, 데이터 기반 행정 인프라 구축입니다. AI는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에요. 흩어진 행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입니다. 둘째, 온톨로지(조직 내 사용 용어와 개념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기반 행정 체계입니다. 부서마다 같은 개념을 다른 용어로 쓰면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없거든요. 용어와 개념을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셋째, AI 전문 인력 확보 제도화입니다.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갖춘 인력이 필수인데, 현재는 저처럼 관심 있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역량을 쌓는 구조에요. 2020년 임용령 개정으로 AI 전문직위제 도입 근거는 마련됐으니, 이제 제도적으로 전문 인력을 더 뽑고 적극적으로 키울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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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명섭 주무관이 발행한 전자책 '나 그리고 프롬프트, Chat GPT부터 시작하는 AI 활용법' 표지. |
▲젊은 공직자라기엔 만 44세입니다. 다만 변화의 방향은 분명히 보여요. AI는 단순한 산업 혁신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겁니다. 인쇄술이 지식 독점을 무너뜨렸고, 인터넷이 정보 접근을 바꿨듯이 AI는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거예요. 문제는 기술 격차가 곧 사회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AI를 이해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사이의 간극이 엄청나게 벌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AI 리터러시(AI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소양교육)가 전 세대로 확산돼야 한다고 봅니다. 세종시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준비해야 할 과제입니다.
-끝으로 AI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2023년에 개봉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좋아합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무한한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무엇이든 될 수 있었어요. 영화배우도, 무술 고수도, 요리사도. 그런데 그 모든 가능성 앞에서 그녀가 마지막에 선택한 건 화려한 다른 삶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여기, 허름한 세탁소에서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이었어요.
AI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변하기 시작할 거예요. 누군가는 감당 못 할 능력으로 부를 쌓고,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세상이 갑자기 비웃는 것처럼 느낄 겁니다.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노하우를 숨기고, 모르는 척하고,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흐름을 반대합니다. 가진 걸 내놓고 경험을 나누고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게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에요. 저도 그래서 전자책 두 권을 무료로 공개했고, 600명이 넘는 분들과 제가 아는 것들을 나눴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정보는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퇴색되기에 제가 아는 정보를 주변에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게 된거죠.
AI 시대에 인간이 끝까지 가질 수 있는 건 뭘까요. 저는 '상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그 상냥함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될 거예요. 결국 인공지능은 소통의 허들을 없앤다는 관점에서 선(善)작용 할 수 있고, 이러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합니다.
대담=이희택 세종본부장·정리=이은지 기자
●석명섭 주무관은?
▲학력-한국기술교육대학교 메카트로닉스 공학부(학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IT융합과학경영(석사), 한국기술교육 대학원 기술경영(박사) ▲경력-삼성SDS 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 천안시청 미래전략산업과 주무관, 세종시청 미래산업과 주무관 ▲수상-과학비즈니스 융합전문가 성과공유 워크숍 최우수상, KAIST 과학비즈니스 아이디어공모전 장려상, 세종시 모범 공무원상, 제43회 지방자치단체 HRD 콘테스트 행안부장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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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