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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하만식 청장(치안감) |
마약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범죄이다.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안전지대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직장인, 노인, 주부, 학생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그 유입 경로 또한 점점 조직적이고 국제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바다를 통한 대규모 밀반입 시도가 증가하고 있어 해상을 통한 마약 범죄에 대한 경계와 대응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2024년 부산신항에 입항한 외국적 선박에서 코카인 100kg이 적발됐고, 2025년 강릉 옥계항에서는 무려 1,700kg에 달하는 코카인이 외국적 선박을 통해 밀반입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국제 마약 조직이 우리 항만을 주요 경유지이자 잠재적 소비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선박을 이용한 마약 밀반입은 대량 운송이 가능하고 은닉 수법이 치밀해 육상이나 항공 경로보다 적발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해양경찰은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정보 공유와 우범 선박 선별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수중 드론을 활용한 선저 검사 등 과학장비를 동원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해상을 통한 밀반입 차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근해 조업선이나 양식장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해양 종사자 사이에서도 신종 마약 투약 및 유통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해양경찰은 예방 교육과 집중 단속을 병행하며 현장 밀착형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1,072건이던 마약류 사범 검거 건수는 2024년 758건, 지난해 709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예방·단속 활동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적 보완도 추진되고 있다. 마약 투약 후 선박을 운항하는 이른바 '마약 운항'을 근절하기 위해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에 발의됐다.
해양사고 발생 시 마약류 투약 여부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바다 위 안전관리 기준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사후 적발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 기반의 선제적 차단과 국제 공조,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아우르는 입체적 대응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을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는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해상을 통한 마약 범죄 단속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과 광활한 해역을 상대로 한 지난한 싸움이다.
그러나 작은 단속 하나, 작은 제보 하나가 우리 사회를 지키는 큰 방파제가 될 수 있다.
해양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바다를 지키고 있다. 안전한 바다는 결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경각심과 참여가 모일 때, 비로소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의 바다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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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