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4] 댓잎에 흐르는 연한 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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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4] 댓잎에 흐르는 연한 붉음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 승인 2026-02-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바람도 썰리는 칼

겨울에도 얼지 않는



애욕이 흐르는 눈

불길에도 타지 않는



무심코 내미는 손을

잡고 나면 남는 체온





석등에 켜 논 불잎

실 한 올 걸치지 않고



다정히 내주는 숨

연한 피가 흐르고



흔들고 흔들리는 영(靈)

저 댓잎은 성녀여라.



< 시작 노트 >

설명할 수 없는 실체가 있다. 언제나 경계심 없이 만나면 반겨주는 고운 눈빛이 있다. 무뎌지지 않는 칼과 같은데 내 마음에 넣어도 베이지 않는 예리한 날〔刀-〕, 내가 바람이 되어 너에게 다가가면 너의 그 신비로운 날에 행복하게 썰리고 만다. 나 뿐 이랴? 천사람, 만 사람이 흔적도 없이 너에게 썰리리라. 너의 진심은 변함이 없고 무한하며 거침이 없다. 성스럽게 바라보면 성녀인 것을……. 불꽃은 옷 한 겹, 실 한 올도 걸치기를 허락하지 않는 영원한 알몸이다. 한 잎의 알몸이 옮겨 붙어 마음을 다 태운다. 오늘도 너를 만나 내 마음에 순결한 불꽃 한 잎 켜놓는다.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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