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네 탓 공방에 갇힌 행정통합,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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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네 탓 공방에 갇힌 행정통합, 해법은?

이창기(전 대전충남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 승인 2026-03-04 17:03
  • 신문게재 2026-03-05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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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전 대전충남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정치권은 오로지 '네 탓'이라며 책임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지역 주민들마저 진영 논리에 휩쓸려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번 행정통합과정에서 협력부족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정통합의 본래 목적은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가져와 실질적인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소모적인 '치킨게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현재 논의되는 통합 법안은 속 빈 강정과 같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실질적인 권한을 넘기기보다는, 여전히 '재량'이라는 이름의 고삐를 쥐고 통제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약속된 20조 원의 재원조차 어디서 나와 어떻게 쓰일지 나중에 알려주겠다니, 결국 지방은 중앙의 눈치만 봐야 할 처지다.

아무리 지역소멸의 위기가 급박하더라도 따질 것은 냉정하게 따졌어야 했다.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통합이 아니라, 우리 삶을 바꿀 '분권의 질'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실질적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세 가지 구체적인 길을 제안한다.

첫째, 재정분권의 법적 명문화와 실질적인 권한이양이다. 막연한 지원약속은 공수표에 불과하다. 야당이 협력할 명분을 얻으려면 5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 근거를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기구만 합치는 것이 아니라,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등 중앙부처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을 통합 지자체로 완전히 이양해야 한다. 여기에 한시적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중앙투자심사 권한 이양'을 패키지로 묶어, 지방이 스스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분권 로드맵'을 완성해야 한다.

둘째, '선(先) 검증 후(後) 시행'을 위한 속도 조절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통합실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행정통합법은 통과시키되, 통합시장 선거를 2년 유예하는 '조건부 통과'를 검토해야 한다.

이 유예 기간 동안 행정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을 정비하고 주민 공감대를 넓힌다면, 정치적 갈등은 줄이고 통합의 안정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5극 3특' 체제에 기반한 유연한 자치실험이다. 행정통합 만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광주·전남은 행정통합을 실험하되, 충청권과 대구·경북, 부울경 등 나머지 권역은 '광역연합'으로 추진해 보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에도 형평성 차원에서 매년 5조 원 규모의 연합기금을 지원해야 한다. 연합체제를 통해 공동의 경제권을 먼저 형성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통합으로 나아가는 모델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이 심기일전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충청광역연합'의 실질적인 활성화다. 논의 초기에 민주당이 통합에 신중론을 펼쳤던 이유도 연합의 내실화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제는 삭발과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행위는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위 세 가지 대안 중 무엇이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한 실효성 있는 카드인지 냉정하게 따져야 할 때이다.

이창기(전 대전충남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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