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핏줄로 맺어진 인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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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핏줄로 맺어진 인연인데…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6-04-02 10:16
  • 수정 2026-04-02 10:1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학교에서의 도덕교육과,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지고 보니 혈연으로 맺어진 2촌간의 인연, 즉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들의 관계마저도 '너는 너, 나는 나'로 되어버린 세상이 되었다.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만해도 대가족이 한 지붕 아래서 형제자매들이 한 이불을 덮고 자며, 엄마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다.

그래서 핏줄의 끈끈함을 느끼며 서로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자랐던 것이다. 이때 받은 밥상머리 교육으로 인해 우리 4남매는 지금까지도 그 끈끈한 혈육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장남인 내가 아내를 잃고 홀로 살자 수원에 있던 큰여동생 내외가 오빠가 외롭다고 하며 대전에 내려와 함께 산지가 벌써 5년으로 접어들었다. 핏줄로 이어진 동기간 애정인 것이다.

1
아들 가족과 함께 증손녀 현이가 재롱을 떨고 있다. 오른쪽이 손자 내외.
나는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와도 다툰 일이 없고, 덤벼드는 상대를 이기려고 한 적이 없이 지면서 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감투 한 번 써 본적이 없고, 추천을 받아 이렇다 할 상 한번 타본 적이 없다.

그렇게 살았더니 망구(望九)의 나이에 이르렀는데도 아무런 병도 없고 아쉬운 아무 것도 없이 살고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내 핏줄로 태어난 손자 손녀들과 전화 통화하며 정을 나누며 사는 게 소원이다.

생각해보라, 손자 손녀들 어렷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재롱떨던 모습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것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손자며느리 지은이도 우리 지혁이 만나 할아버지 찾아왔을 때 할아버지 품에 안겨 행복감을 안겨주던 그런 귀여운 손자며느리인 것이다. 그 때 할아버지는 우리 지은이를 안고 무한히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너는 너,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 손녀들에게 용돈 보내라고 카톡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성준이, 지혁이, 지연이, 지은이는 5월이 가까워오니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보내라. 계좌번호는 6***8 하나은행이다"

나에게는 손자 손녀가 둘 있고, 외손자 외손녀들도 있지만 위에 용돈을 보내 달라고 한 손자 손녀들은 좋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문자를 보내자 제일 먼저 외손자 성준이로부터 10만 원이 보내왔고, 뒤를 이어 내 친손자 지혁이가 10만 원을 보내 왔다.

그래서 답을 보냈다.

"고맙다. 성준아, 우리 성준이 신혼 여행갈 때 할아버지가 50만 원 보내주마, 그리고 우리 지혁이 힘든 일 있을 때는 이 할아버지가 모든 걸 해결해 주마."

잘 나가는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들에게 왜 용돈을 보내 달라고 했는지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용돈은 필요 없다. 공무원 연금과 퇴직하고 들어 둔 국민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한 제자들과 살아오면서 맺어진 아들 딸들이 많아 이들이 보내주는 돈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는 물론 함께 사는 동생 부부와 우리 남매들이 이렇다 할 병이 없이 살고 있다.

피천득 선생님께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 낸다!"고 하셨다.

내 손자 손녀들은 옷깃을 스쳐서 만난 인연이 아니라 핏줄로 맺어진 인연들이다.

그런데도 "너는 너, 나는 나"로 살아간다니 가슴 아픈 일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지고 학교에서의 도덕교육이 없어진 때문이다. 밥상머리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소통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가장 작지만 애정이 담긴 강력한 인성교육인 것이다.

어렸을 때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내 아들은 아침저녁 출퇴근할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묻고, 막내딸은 아버지 마이너스 통장을 모두 갚아 빚이 없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내게는 옷깃을 스치면서 만난 손자 손녀들, 형제자매들이 여러 명 있는데 이들 모두가 희로애락을 나누는 가족들인 것이다.

이들은 어리석지 않기에 인연을 만났을 때 알아보고 내민 손을 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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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 오성자가 아파 누워 있을 때 문병오신 김진태 강원지사 내외분. 세상을 떠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내이기에 마음에 남는 사진이다.
보라, 나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옷깃만 스쳐도 알아보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내 자녀손들은 할아버지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분들인가 보기 바란다.

할아버지가 돈이 없어 너희들에게 돈 보내라고 했겠느냐? 핏줄로 맺어진 인연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가족 간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대화를 나누며 살자.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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