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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선수 연양초등학교 교감 |
수학 불안은 단순히 "수학이 싫다"는 감정과는 다르다. 문제를 마주하는 순간 긴장과 두려움이 생기고, 때로는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식은땀이 나는 신체 반응까지 나타난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은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이 현상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뇌과학은 보다 분명한 설명을 제시한다. 불안은 뇌의 작동 기억을 점유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어야 할 인지 자원이 불안을 처리하는 데 쓰이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교실에서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지식을 더 많이 전달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다.
그 시작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수학은 타고난다"는 믿음을 "수학은 길러진다"는 믿음으로 바꾸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틀림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틀리는 경험은 뇌의 신경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또 하나 주목할 방법은 '불안을 밖으로 꺼내는 것'이다. 시험 전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긴장과 두려움을 글로 적어보게 하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감정이 정리되면서 인지 자원이 확보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효과는 분명하다.
학습의 시작을 돕는 방법도 중요하다. "딱 10분만 해보자"는 제안은 아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행동을 유도한다. 일단 시작하면 뇌의 동기 체계가 작동해 자연스럽게 집중이 이어진다. 또한 틀린 문제를 감정이 아닌 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습관은 수학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시선이다. 우리는 종종 '정답에 도달했는가'에만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다양한 생각과 방법은 쉽게 사라진다.
아이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수많은 수학적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물건을 나누고, 수를 세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비형식적 지식'이 그것이다. 이 지식을 교실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숨기게 되고 수학은 점점 낯선 학문이 된다.
예를 들어 간단한 덧셈 문제를 풀 때도 아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손가락을 활용하기도 하고, 수를 나누어 10을 먼저 만들기도 하며, 두 배를 이용해 빠르게 계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은 단순한 풀이 방식의 차이를 넘어, 아이들의 사고 과정 그 자체를 보여준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허용하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사고를 점검할 수 있고, 자신의 풀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는다. 수학은 더 이상 '정답을 맞히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교실에서의 변화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태도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이를 교과서의 형식적 지식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어 줄 때 수학은 비로소 살아 있는 배움이 된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수학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교실에서의 작은 인정과 기다림이 아이들의 마음을 바꾸고, 그 마음이 다시 배움을 바꿀 것이다.
수학이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탐험해 보고 싶은 세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선수 연양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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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