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고향을 떠나지 않은 친구다
프로 농사꾼이 다 되어
얼굴도 땅을 닮아가고
남편보다 동작이 빠르다
겨울 준비를 위해
통나무 자르고 옆으로 오이 썰듯 도끼질로
장작 수북이 쌓아 놓은 게 예술인 제향이
나도 해보겠다고
통나무 세워놓고 도끼로 내리치자
통나무가 비웃듯 떼구루루 굴러간다
도끼 탓인지 통나무 탓인지 이빨도 안 들어간다
이빨 안 들어가기가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과 똑같다
갓 시집온 나에게 출가외인 네 글자를 내밀 때
쪼개버렸어야 했는데 AI 시대에
아직도 통나무 같은 사람과
한집에 살고 있다
제향아
도끼질 좀 잘하게 가르쳐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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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은겸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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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