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은 외국인을 마주할 때 무의식적인 '영어 강박'에 시달린다. 상대방의 외모가 한국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어를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때 한국인이 영어로 응대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두 가지가 혼재한다. 하나는 손님을 배려해야 한다는 '친절의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이 기회에 평소 갈고닦은 영어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시험대 심리'다.
하지만 정작 한국어로 소통하길 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당혹스럽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언어를 익힌 노력은 무시된 채, 영원한 '이방인'으로 규정지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대화는 단순히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의 과정이다. 내가 한국어로 말을 걸었을 때 한국어로 돌아오는 답변은 나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이지 않는 배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상대의 언어 능력을 지레짐작하고 소통의 도구를 강제하는 행위는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영어 사용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방이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면 그가 보여준 노력과 존중의 태도에 맞춰 한국어로 화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언어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먼저 그 문을 열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공존이 시작될 것이다.
피벤 카테리나 명예기자(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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