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선거와 출마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선거와 출마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6-05-31 17:16
  • 신문게재 2026-06-0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균
김덕균 소장
선거의 유래는 지금부터 2천 년 전 중국 한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말하는 선거란 지방관리가 유능한 인재를 뽑아(選) 중앙에 추천하여 임용(擧)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선거와는 많이 다르다. 민주란 용어도 3천 년 전 '서경'에 나오는 말로 역시 유래가 깊다. 하지만 주권재민(主權在民)과는 질적으로 다른 '백성의 주인'(民之主)인 천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글자만을 놓고 본다면 동양의 선거와 민주에 대한 용어는 서양보다 앞서 있다.

지금이야 정치지망생들의 자진 출마로 선거가 이뤄지지만, 옛날에는 지방관리의 추천으로 지도자를 선발한 것이니 요즘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출마(出馬)라 함도 직역하면 '말을 내온다'는 뜻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출마와는 역시 다르다. 말을 타기 위해 내온다는 것은 임지로 부임하거나 전쟁터에 나갈 때처럼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수반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출마의 궁극적 목적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겠다는 의지만큼만은 통한다.

지방관리가 인재를 추천할 때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했다. 능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품성도 남달라야 했다. 특히 한나라 때 만들어진 효렴제(孝廉制)는 효자 추천제도였다. 효만 잘해도 관리로 선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학이 새롭게 발전했던 송나라 때 특별히 많은 효자들이 관리로 추천됐다. 효자 선발제도가 생기자 가짜 효자들도 속출했다. 절박한 질병이 아님에도 할고단지(割股斷指)하는 젊은이,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 묘소 앞에 묘막 짓고 삼년상 치르는 사람 등 출세에 눈먼 자들의 가짜 효행이 백태를 이뤘다. 형평성을 잃은 지방관리의 추천권도 심각한 부정부패를 낳았다.

결국 폐단이 극성을 부리며 이 제도는 폐지됐다. 대신 과거시험이 관리 선발의 가장 객관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막상 관리로 선발되면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금이야 명절과 공휴일은 물론 닷새 일하고 이틀 쉬는 5일제 근무가 정착했지만, 옛날의 관리들은 휴일은커녕 조회가 있는 날에는 새벽 3~5시에 해당하는 인시(寅時), 평시에는 오전 5~7시인 묘시(卯時)에 출근하여, 오후 5~7시인 유시(酉時)에 퇴근했다.

해뜨기 전에 나갔다가 해지는 시간에 돌아왔으니, 꼬박 12시간 이상을 근무한 셈이다. 거기다 처음엔 봉급도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관리가 되려고 혈안이 됐다. 관리가 되면 권력과 명예는 물론 재부까지도 덩달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태여 봉급을 책정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다. 말단 관리였던 아전들의 경우 더욱 심했다. 무급제도는 적당히 알아서 챙기라는 정책적 배려(?)였던 것이다. 예로부터 정경유착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풍토와 탐관오리 양산의 제도적 문제점을 여기서 찾게 된다.2026 새로운 지방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가 다가왔다.

전통적 선거(추천)가 아닌 현대적 선거제도에 의한 선량(選良)이 선출되는 날이다. '백성의 주인'이었던 천자가 선택한 사람이 아닌 '권력의 주인'인 백성이 선택한 대표들이다. 따라서 선택한 사람과 선택받은 사람의 올바른 관계 정립은 바른 정치의 중요한 요체가 된다. 순자는 "임금은 배이고 서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엎기도 한다"고 했다. 지도자와 백성의 관계를 적절히 비유한 말이다. 배는 조용한 물 위를 순항하지만, 물이 어느 순간 성난 파도로 돌변하면 배는 뒤집힐 수도 있다.

백성들에 의해 선출된 이들이 언제 낙마(落馬)할지 모른다. 늘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도 있다. 선거 운동할 때의 마음으로 지역과 주민들을 보살핀다면 성공적인 지역의 대표가 될 것이다. '효경'에서는 사랑(愛)과 공경(敬)을 지도자의 핵심 덕목으로 말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이들 모두가 정파와 진영논리를 떠나 존중과 배려의 정신으로 지역민과 호흡하는 존경받는 지도자들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3.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4. 충남대병원 보수공사 기간 제1주차장 폐쇄…가뜩이나 혼잡한데 환자 불편예상
  5. 특허법원, 한남대·충북대와 지식재산 재판 현안 논의
  1. "토큰부터 무선충전 전기버스까지" 특구1번 오창수 기사 본 '창밖'
  2. 농어촌 기본소득, 청양군에 불어온 활력의 바람
  3. [춘하추동]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새로운 기준
  4. 민주노총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촉구
  5. 충남대병원, 대전고법과 의료감정 업무협약… 정확하고 신속한 재판 지원

헤드라인 뉴스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에 신청 구역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일부 구역은 결과를 수용하고 2차 공모 준비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예상했던 구역은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공모에는 둔산지구 9곳과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신청했다. 1차 선도지구 공모 결과 총 3개 구역이 선정됐다. 둔산지구에서는 13구역(크로바·목련)·14구역(한가람·공작)이, 송촌지구는 6구역(보람·삼익소월)이 이름을 올렸다. 반..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과 지원 방안들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는 재정과 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를, 국세청은 지역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을,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수주기회 확대와 판로 지원, 관세청은 권역별 첨단산업 집중 지원 등을 내놨다. 국가데이터처는 지역 관련 정보통계를 확충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방금융 격차 해소에 나선다. 이 대통령 주재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 첫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