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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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연소흔적 따라 발화 지점 추적… 작은 흔적 하나도 사건의 실마리
배터리·산업시설 등 대형 복합사고 늘며 경험·전문성 중요성 부각
전기차부터 첨단설비까지 까다로운 원인 규명 "현장 경험이 중요"

  • 승인 2026-06-16 17:58
  • 수정 2026-06-16 19:22
  • 신문게재 2026-06-17 1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화재조사관은 화재 현장의 미세한 흔적을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형화재와 복잡한 사고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나 배터리 등 새로운 화재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조사관들은 유관기관과의 협력 및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된 업무 환경 속에서도 전문 지식 습득과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화재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평소 전기 설비를 점검하고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등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화재 조사관
지난 4일 대전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 화재 조사3팀 소속 곽맹걸(소방경), 이태규·김재능(소방교) 화재조사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곽맹걸 소방경, 김재능, 이태규 소방교 (사진=정바름 기자)
"화재 원인만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방안을 찾고 알리는 것도 화재조사관의 역할이에요."

지난 4일 대전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 화재조사3팀 소속 곽맹걸(소방경), 이태규·김재능(소방교) 화재조사관은 "새까맣게 탄 현장에도 불길이 지나간 흔적은 남는다"라며 "정확한 원인 조사가 화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검게 그을린 건물, 무너진 구조물, 녹아내린 전선. 대부분 화재 현장은 폐허에 가깝다. 하지만 화재조사관에게는 작은 흔적 하나도 사건의 실마리다.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검게 그을린 것을 넘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화염이 수직 방향으로 확산하면 V-형태의 그을림이 생긴다. 물건마다 용융점(녹는 점)이 다른 만큼 녹아내린 잔류물 형상도 원인을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현장에서 찾은 화재 패턴과 목격자 진술·증거 자료, 연구·사례, 조사 경험 등을 종합해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화재조사관의 임무다.

최근 대전에서 대형화재 사고가 늘어나고, 화재 원인도 복잡·다양해지면서 화재 조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곽맹걸 소방경은 "수많은 연구자료와 기존 조사관들의 경험이 축적된 데이터가 있지만 결국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같은 화재라도 현장마다 조건이 모두 달라 조사관의 판단과 경험이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곽 소방경은 2011년부터 근무해온 16년 차 베테랑 화재 조사관이다. 2022년 현대 아울렛 화재, 2023년 한국타이어 화재사고 등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조사도 담당했다.

이제는 유능한 후임 조사관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고된 업무에 이탈률도 높다 보니 지역에서 10년 차 이상인 화재 조사관은 4명, 5년 차 이상도 10명 수준이다. 대형 화재는 현장 붕괴 위험이 크고, 화재 재현 실험과 국과수 감정 절차까지 거쳐 조사 기간만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대전은 연구기관과 산업 단지가 밀집돼 있어 화재 조사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는 까다로운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규, 김재능 소방교는 선배의 길을 따르기로 했다. 이 소방교는 올해로 5년 차, 김 소방교는 5개월 차다. 올해 대전 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1위로 선발돼 전국 대회 대표로 출전하는 등 조사관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화재 원인은 복잡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첨단 전자기기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조사관에게도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과충전보다 배터리 셀 결함이나 외부 충격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소방교는 "대부분 담배꽁초 등 부주의나 합선 같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화재가 나기도 한다"라며 "사고 차량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전륜 구동 차량의 경우 변속기가 위치한 앞바퀴가 땅에 닿은 상태에서 주행하면 변속기 내부에 있던 미션 오일이 분출되고 변속기 표면도 가열돼 불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조사 장비 첨단화나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조사관들은 "경험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8주 과정의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화재조사관 자격을 취득한 뒤에도 논문 연구나 소방기술경연대회 참가, 재현 실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직무다.

김 소방교는 "전자 기기마다 작동 원리나 내부 구조를 알아야 할 게 많아 비번날에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타 지역 화재 사례나 연구 자료들을 찾아본다"라며 "최근에는 전문성을 높이려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대전권 사고조사 유관기관과 학습 모임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에게 화재 예방을 위한 실천을 당부하기도 했다. 멀티탭과 전기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숙박시설이나 낯선 장소를 방문할 때는 비상구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화재보험 가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곽 소방경은 "주택 화재보험은 연간 몇만 원 수준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라며 "특히 불이 났을 경우 기초수급대상자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향후 지자체에서 공공화재 보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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