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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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6-07-07 17:28
  • 신문게재 2026-07-08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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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 대표
며칠 전에 금산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대회가 열렸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대회였기에 이주여성들의 한국어 실력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기대 밖으로 훌륭한 내용과 발표를 보면서 감탄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7명의 참가자들 모두 뛰어난 한국어 실력과 애틋한 사연을 발표해 주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두 사람은 원고를 읽으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출전자들은 원고는 거들 뿐,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면서 정확한 발음으로 의미 있고, 때로는 기발한 발상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어 많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중국에서 온 주부는 자신이 중국에서 5번째 딸로 태어난 죄로 부모님이 980위안의 벌금을 내야 했기에 한동안 자신의 별명이 '980'이었다고 했다. 그 벌금이 집안 사정으로서는 너무 부담스러웠기에 한동안 고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었기에 올해 3월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너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귀국한 지 13년 만의 쾌거이다.

적응 초기에 '당신'이라는 말이 '존대말'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시어머니에게 '당신 저녁 식사 하세요'라고 말했다가 야단 맞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주부는 신혼 초에 시어머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 목욕탕은 재료가 뭐예요?'

갈비탕, 감자탕 등 '탕'자가 들어간 단어는 음식을 지칭하기에 '목욕탕'도 음식 이름 중 하나로 알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주부는 태어난 아기의 옹알이에 호응할 수 없는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괜찮아. 다시 해봐' 하며 격려해 주는 가족들과 선생님들 덕에 지금은 직장도 갖고 있고, 통역사로도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또 다른 중국 주부는 타국에서 겪는 두려움과 낯선 환경으로 힘들었지만 한국인들이 보여준 정 덕분에 빠른 적응을 할 수 있었고, 이제 타지에 갔다가 금산에 돌아오면 '아! 집에 왔구나!' 하는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온 다섯 아이의 엄마는 119 구급대의 도움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첫 아이가 많이 아팠을 때 큰 도움을 받았고, 5번째 아기 출산을 위해 119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차 안에서 분만을 하게 됐는데, 만약 119가 아니었다면 아기를 어떻게 낳았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일본에서 온 다섯 자녀의 엄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할 때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다시 찾아온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이 고생한 얘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들도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받으며 일본의 만행에 대해 공부할 때 가까운 친구들이 일본의 과거를 비판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어렵다고 털어 놓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언어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도구가 아니라 이해하고 연결하는데 필요한 의미까지 획득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일본댁'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자신의 느낌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예민한 뉘앙스를 타국에서 온 사람들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며 자연히 알게 되는 한국어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치 항상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학교에서 10여 년 간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만났을 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남편 한 사람 믿고 타국에서 들어와 한국 사람이 된 결혼이주여성들이 '진정한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성취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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