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커뮤니티의 성장 : 대전외고 총동문회 연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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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커뮤니티의 성장 : 대전외고 총동문회 연대기(1)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 승인 2026-07-07 10:52
  • 신문게재 2026-07-0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원은석 교수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대전외고 1기 스페인어과 원은석입니다'는 동문이나 대전외고와 연이 닿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문구다.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순전히 운 빨로 입학시험에 붙었고, 1995년 대전외고가 문을 열었을 때 문을 닫으며 1기로 합류했다. 무리에 끼어 그럭저럭 3년을 보내다 보니 인 서울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내내 미묘한 어중간함을 유지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4년 동안 대략 40번이 넘는 도전 끝에 2012년 채용에 합격했다. '내가 어찌 붙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역시나 결론은 '운'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운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차근차근 되짚었더니 생각의 끝이 닿은 지점이 바로 '외고'였다. 그리고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 바로 외고를 찾아가 몇 분의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몇 주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형님! 저는 선배님들이 보고 싶습니다!" 이름을 밝힌 뒤 다짜고짜 이 말은 던진 후배는 평소 연락하며 지내던 스페인어 선생님과 술 한잔 걸치던 중이라고 했다. 어쩌다 보니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평소 선배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오던 후배에게 선생님은 바로 전화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찍어주었다고 했다. 취업 직후 가뜩이나 성취감으로 가득 찬 가슴과 외고에 갚을 빚이 있다는 생각이 박힌 머리를 지닌 32세 청춘에게 후배가 던진 '보고 싶다'라는 말은 불이 되었다. 이 전화가 대전외고 동문회가 탄생한 계기였다.

며칠 뒤 전화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선배를 만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다 같이 모여서 축구를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같이 사람을 모아 보자고 하며 연락을 돌려 각자 평소에 연락하던 친구들과 언저리 기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락이 닿다 보니 기왕 모을 바에 알던 사람 말고 새로운 사람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외고는 공립이라 교사가 계속 바뀌는데 다행히 스페인어는 여건상 순환근무가 어려워 1기와 함께 부임한 선생님이 계속 학교에 남아 있었다. 졸업생 데이터를 꿰고 있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양한 기수에 난 놈 여럿을 포섭해가며 수직의 선을 뚫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연락을 돌리다 보니 성별을 아우르고 다양한 요구를 담기에 '축구'는 좁은 키워드였다. 그래서 두루 참여할 수 있는 적당한 이벤트를 생각하다 보니 졸업한 동문도 모이고 재학생도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축구로 시작된 판 홈커밍데이로 진화했고, '홈커밍데이'를 행사를 기획하고 알리자, 더 많은 동문이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이렇게 2012년 11월 대전외고 강당에서 약 60명의 졸업생과 90명의 재학생이 함께한 스페인어과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정식으로 대전외고 스페인어과 총동문회가 발족하면서 대전외고의 동문 조직이 최초로 만들어졌다.

동문회는 보통 1기가 졸업 30주년 행사를 통해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이 지나면 50대가 되는데, 이 나이는 자식도 대부분 중, 고등학교 이상이라 손이 덜 가고 사회적으로도 기반을 닦아 업무나 직위에 여유가 생기는 시점이다. 그러나 스페인어과 총동문회가 활동을 개ㅂ시한 2013년, 1기의 나이는 33살이었고 이는 보통의 동문회와 비교해 보면 15년이나 이른 시기였다. 삶이 바쁘고 일에 치이고 가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의 사람이 모이다 보니 여러모로 여유가 부족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동문 모임을 진행할수록 동문회에 대한 필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몇 번 만나 서로 친분을 쌓게 되면 굳이 동문회 모임을 거치지 않고도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색한 사람과 굳이 어울려야 하는 동문회가 번거롭고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한때는 동문회의 주력이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끼리의 경계를 선명하게 그을수록 참여는 시들해졌고, 동문회는 점점 식어 억지로 끌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초기 으쌰으쌰 시점을 지난 커뮤니티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커뮤니티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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