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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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

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직원 2명 기소
HD현대오일뱅크·SK는 가격 직접 담합
GS칼텍스·에쓰오일는 가격 따라 올려

  • 승인 2026-07-06 16:54
  • 신문게재 2026-07-07 7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검찰은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담합해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관련자들을 기소했으며, 타사의 동조 효과를 포함한 전체 담합 규모는 약 2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정유사들은 전량구매계약 등 불공정 관행을 통해 자영주유소가 저렴한 공급처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차단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이번 수사 결과는 정유사의 높은 공급가가 주유소 판매가격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며 업계의 담합 구조를 명확히 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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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에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흥수 기자)
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 결정 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담합 규모를 14조 2000억 원 상당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들의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담합 효과는 26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봤다.

검찰은 전쟁 발발 당시 4대 정유사가 상당한 양의 원유를 이미 비축하고 있어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크지 않았음에도, 모든 회사가 일제히 전례 없는 규모로 입금가를 올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돼 온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관행도 수사해 정유사를 모두 재판에 넘겼다.

4대 정유사는 영세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 방식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해 왔다. 이 구조에서는 자영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가격에 해당 제품을 전량 구매해야 했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가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거래처에서 석유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관행으로 정유사들은 타사와의 실질 경쟁 없이 석유제품 유통 경로를 확보했고, 자영주유소들은 더 낮은 가격의 거래처를 선택할 기회가 사실상 차단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에 나선 임직원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임직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일정을 미리 파악한 뒤 전산 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확인했다. 경쟁사 가격 정보가 담긴 전산 자료를 삭제하고, '가격'과 관련된 사내 메신저 대화도 지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정유사 입금가가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대전지역 주유업계가 제기해 온 주장과 맞닿아 있다. 지역 주유업계는 "정유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공급받으면 주유소 판매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 왔다.

실제 지역 주유소들은 기름값이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는 더디게 내리는 이른바 '로켓과 깃털' 효과에 대한 소비자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유사로부터 높은 가격에 공급받은 재고분을 손해 보며 판매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대전지역 주유소들의 리터당 평균 판매가격은 중동전쟁 발발 직후 1주일 만에 휘발유는 240원, 경유는 350원가량 급등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로 정유사 공급가격이 주유소 판매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역 주유업계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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