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
냉방병은 특정 질환명이 아니라 냉방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벌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한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혈액순환이 저하되어 두통, 소화불량, 만성피로,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목과 어깨는 냉방병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부위다. 찬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근육이 수축하고 혈류가 감소해 노폐물이 쌓이면서 뻐근함과 결림이 생긴다. 심하면 두통이나 팔로 뻗치는 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컴퓨터 작업이 많거나 하루 대부분을 냉방된 실내에서 보내는 직장인, 평소 어깨 결림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찬 기운이 몸에 침입해 기혈의 순환을 막은 상태로 본다. 찬 기운은 근육과 혈관을 수축시켜 기혈의 흐름을 정체시킨다. 특히 목덜미와 등은 외부의 찬 기운이 침입하기 쉬운 부위로 보는데, 목과 등 부위의 혈자리 명칭에 '풍문', '풍지'처럼 바람 풍 자가 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몸이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근육과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불통즉통', '통즉불통'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원리로 설명한다. 즉 막힌 기혈의 흐름을 회복하면 통증도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침, 뜸, 온열요법 등은 굳어진 근육을 풀고 국소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초기 치료일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냉방 온도를 실외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는 26~28도로 유지하고, 냉방이 강한 곳에서는 얇은 겉옷이나 스카프로 목과 어깨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찜질은 근육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 순환을 돕는 처방을 활용하기도 한다. 갈근탕은 찬 기운으로 목과 어깨가 뻣뻣해진 경우에 많이 활용되며, 냉기로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몸이 무거운 경우에는 곽향정기산이나 오적산 계열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처방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처방인지 확인한 뒤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철 목과 어깨 통증이 모두 냉방병 때문은 아니지만, 냉방으로 인한 근육 긴장은 기존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미 경추 디스크를 진단받은 환자는 냉방으로 근육 긴장이 더해져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팔 저림이나 손의 감각 저하, 힘 빠짐이 심해졌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며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목과 어깨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팔 저림, 근력 저하, 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더위 속 시원함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냉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냉방은 적절하게, 목과 어깨는 따뜻하게 관리하는 작은 습관이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첫걸음이다.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