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은 단단할수록 부서진다?… 금속의 딜레마, 영하 196도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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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은 단단할수록 부서진다?… 금속의 딜레마, 영하 196도서 풀다

포스텍, 고강도·고내수소취성 고엔트로피합금 설계기술 개발

  • 승인 2026-08-31 17:43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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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포스텍 교수 (서잔=포스텍 제공)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수소에는 뜻밖의 약점이 있다. 수소를 담고 나르는 금속에 수소가 스며들면 금속이 쉽게 깨지는 '수소취성'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금속을 단단하게 만들수록 이 현상이 심해진다는 점이다. 마치 몸을 키우려 근육을 붙였더니 오히려 관절이 약해지는 것처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두 마리 토끼'였다.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이 오랜 딜레마를 풀었다. 극저온 처리와 열처리를 결합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금속의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스 리서치 레터스 (Materials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그렇다면 왜 단단한 금속일수록 수소에 약할까. 금속은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줄 맞춰 쌓인 구조인데, 이 배열이 매끄러우면 힘을 받았을 때 원자 층이 쉽게 미끄러지며 물러진다.

그래서 금속을 단단하게 만들 때는 일부러 내부에 미세한 '결함'이나 경계를 촘촘히 심는다. 원자 배열이 어긋난 이 지점들이 서로의 미끄러짐을 가로막아 금속을 단단하게 버티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직들이 수소가 몰려드는 통로이자 균열이 시작되는 약점이라는 것이다. 강해질수록 부서지기 쉬워지는 모순이 여기서 생긴다.

연구팀은 나노쌍정 구조에 주목했다. 나노쌍정은 금속을 튼튼하게 지탱하면서도 균열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특별한 조직이다. 다만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앞서 말한 결함 가운데 특히 수소취성을 부르는 전위가 잔뜩 생겨나는 것이 문제였고 지금껏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팀의 해법은 온도에 있었다. 먼저 영하 196도(77K)의 극저온에서 금속에 힘을 가해 나노쌍정을 촘촘히 만든 뒤, 다시 적당한 온도(773K)로 데우는 열처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튼튼함을 담당하는 나노쌍정은 그대로 남기고 수소취성의 원인이 되는 결함만 골라내듯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해로운 것만 걷어낸 셈이다.

그 결과 개발된 합금은 일반 합금보다 항복강도가 약 2.2배 높아졌고 수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기존 소재보다 훨씬 잘 견뎠다.

수소가 파고들어 부서지는 표면층 깊이도 크게 줄어 단단하면서도 잘 깨지지 않는 금속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이라는, 그동안 서로 등을 지고 있던 두 특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 전략은 수소 저장용기와 배관, 극저온 구조물처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 곧바로 쓰일 수 있다. 수소 시대를 앞당기려면 수소를 안전하게 담고 나를 그릇부터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김형섭 교수는 "연구는 극저온 나노쌍정 공학을 통해 금속재료의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 사이의 오랜 상충 관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수소 저장 및 운송 인프라를 비롯한 다양한 차세대 구조재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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