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네살의 경쟁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네살의 경쟁

  • 승인 2026-09-29 17:57
  • 신문게재 2026-09-30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2022082101001507700055351
박수영 사회과학부 차장
'4세 고시'라는 말이 있다.

네 살 아이가 유명 영어학원이나 사교육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 입시를 뜻하는 '고시'라는 단어가 네 살 아이에게 붙었다는 것 자체가 낯설지만, 이제는 낯설다고만 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아이들은 아직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나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때부터 영어 실력을 평가받고, 누군가는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받기도 한다. 아이가 경쟁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도 나도 마음은 비슷하다.

꼭 선행교육을 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 때문이다. 한 학부모가 학원에 보내면 주변 학부모들도 알아보기 시작하고, 어느새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한 아이가 앞서가기 위해 시작한 교육이 어느 순간 모두가 하지 않으면 불안한 경쟁이 된 것이다. 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또 다른 학원을 찾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수업을 받고, 더 좋은 반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평가를 받는다. 아이들은 그렇게 학원과 시험을 오가는 사교육의 굴레 속에서 쳇바퀴 돌 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조차도 가끔은 고민한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질 때가 있다.

정부가 10월 1일부터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하거나 수준별 배정을 하기 위한 시험과 평가를 금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시험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시험을 금지한다고 해서 경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험이 사라진 자리에 상담이나 관찰, 과제, 사전 프로그램 등 다른 방식으로 이름만 달라질 뿐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시험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만은 아니다. 왜 네 살 아이에게까지 경쟁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학부모에게 선택의 책임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좋은 교육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역시 부모라면 당연할 수 있다.

시험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까지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4세 고시'를 멈추는 방법이지 않을까. / 박수영 사회과학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역세권 복합2-1개발 무산 수순... 전략 재정비해야
  2.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3.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임영진 (주)로쏘 성심당 대표
  5.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1.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2. 세종시 복싱의 간판 '장동환', 29일 아시안게임 결승 정조준
  3. 기계연 공기정화 자동차는 연비저감 1% 어떻게?…별도의 송풍장치 없어 가능
  4.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선병원 60년 지킨 김인 여사 장례미사 '애도'
  5. 2027 수능 앞두고 과목별 유불리 커져…9월 모평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및 지출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지방재정 축소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이 미래대응기금 내 지방 배분 비중 확대와 지방의 자율적 재정운용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여당에 공식 건의했다.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및 지방교부세 개편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해 지방재정 안정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수현 지사는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공지능(AI)·첨단산업 전환 등 대격변기에 추가 세수를 미래성장동력..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전국 최초의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 29일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 탄생을 노크하고 있다. 이날 중도일보 기자가 개관 현장을 가본 결과, 머릿 속으로 그린 것 이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날 함께한 다수의 인사들과 방문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가족들과 재방문을 예고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은 2011년부터 장기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9년 본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총사업비 983억 원 투입으로 이날 개관했다. 시설은 연면적 1만 4980 ㎡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 신고 재산은 28억 원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 대상은 6·3 지방선거 당선자 가운데 새롭게 재산등록 의무가 발생한 신규 선출직 공직자로, 초선 여부와 관계없이 재선 등으로 기존 재산등록 의무가 계속되는 당선자는 이번 수시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3 지방선거 신규 선출직 공직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5억 4539만 1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허 시장은 배우자 명의 대전 유성구 노은동 아파트 1채 4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